[취재여록] 개헌, 당론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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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 의원총회.김형오 원내대표는 "18대 국회가 열리면 개헌을 국회에서 다룬다는 당론을 재확인하자"며 박수로 의결할 것을 제안했다.
곧바로 의원 한 명이 "기왕이면 청와대까지 들리게 칩시다"며 분위기를 띄웠고,회의장은 순식간에 "와∼"하는 고함소리까지 더해졌다.
한나라당 의총은 청와대의 개헌안 당론 채택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내심은 "이렇게까지 해줬으니 청와대가 개헌안을 발의해서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우리 책임이 아니다"는 기조였다.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미 당론으로 확정된 사안"이라고 하면 충분한데도 굳이 의총이라는 모양새를 보여준 것 자체가 그런 의도에서였다.
청와대 역시 막무가내로 가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도 "청와대가 낼 메시지는 다 나왔다"고 못을 박았다.
'못먹어도 고(go)'라는 것이다.
어차피 개헌은 대선 공약사항인 만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국가 미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 운운하면서 거창하게 시작된 개헌 논의는 거의 코미디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다름없다.
개헌의 목적이라는 본질은 간 데없이 네가 먼저 양보하라는 식의 자존심 싸움이 돼버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바둑 프로기사들이 판세를 보고 안 되겠다 하면 돌을 던지는데 지금이 돌을 던질 때"라고 압박했고,청와대는 "관보에 게재할 개헌안 발의 문안까지 확정됐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정무회의에서 "원내 대표들의 구두약속만으로는 개헌발의를 철회할 수 없다"며 하루만에 개헌발의 유보 입장을 뒤집으면서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원내 대표들의 구두약속만으로는 네 차례나 연기하며 3개월을 끌어온 개헌발의를 철회하기엔 노무현 대통령의 자존심과 오기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헌의 본질은 간데없이 발의를 놓고 옥신각신하면서 격(格)만 떨어진 개헌 정국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모처럼 정치권에 대해 가졌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고 있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
곧바로 의원 한 명이 "기왕이면 청와대까지 들리게 칩시다"며 분위기를 띄웠고,회의장은 순식간에 "와∼"하는 고함소리까지 더해졌다.
한나라당 의총은 청와대의 개헌안 당론 채택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내심은 "이렇게까지 해줬으니 청와대가 개헌안을 발의해서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우리 책임이 아니다"는 기조였다.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미 당론으로 확정된 사안"이라고 하면 충분한데도 굳이 의총이라는 모양새를 보여준 것 자체가 그런 의도에서였다.
청와대 역시 막무가내로 가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도 "청와대가 낼 메시지는 다 나왔다"고 못을 박았다.
'못먹어도 고(go)'라는 것이다.
어차피 개헌은 대선 공약사항인 만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국가 미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 운운하면서 거창하게 시작된 개헌 논의는 거의 코미디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다름없다.
개헌의 목적이라는 본질은 간 데없이 네가 먼저 양보하라는 식의 자존심 싸움이 돼버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바둑 프로기사들이 판세를 보고 안 되겠다 하면 돌을 던지는데 지금이 돌을 던질 때"라고 압박했고,청와대는 "관보에 게재할 개헌안 발의 문안까지 확정됐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정무회의에서 "원내 대표들의 구두약속만으로는 개헌발의를 철회할 수 없다"며 하루만에 개헌발의 유보 입장을 뒤집으면서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원내 대표들의 구두약속만으로는 네 차례나 연기하며 3개월을 끌어온 개헌발의를 철회하기엔 노무현 대통령의 자존심과 오기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헌의 본질은 간데없이 발의를 놓고 옥신각신하면서 격(格)만 떨어진 개헌 정국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모처럼 정치권에 대해 가졌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고 있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