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은행들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률이 크게 개선되면서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이 한계 상황에 이르면서 새로운 수익원과 성장 동력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들의 해외 진출 현황을 중국, 베트남 등 특정 국가에 편중돼있어 차별화 전략 없이는 `레드오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해외진출 잰걸음..중국 등 편중 = 15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국내 9개 은행의 해외점포수는 총 113개(영업점 93개, 사무소 20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해외 진출은 위축됐다가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는 31개 해외점포를 신설할 계획이어서 어느 해보다 활발할 전망이다.

은행들이 타깃으로 삼는 주 무대는 아시아 신흥 개발국이며 그 중에서도 중국이다.

지난해 말까지 개설된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인 68곳이 중국(23개), 일본(11개), 홍콩(11개), 베트남(8개) 등 아시아권에 몰려있다.

올해 개설 준비 중인 지역도 중국이 8개로 가장 많고 인도 5개, 베트남 4개, 카자흐스탄 3개, 러시아 2개 등이다.

캄보디아, 아랍연합, 칠레, 우크라이나, 미국, 캐나다, 독일, 인도네시아 등이 1곳씩이다.

은행들이 특히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거대한 소매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지난해 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5주년을 맞아 `외자은행 관리조례규정'을 신설, 법인은행으로 등록한 외자은행의 중국 내 소매금융 영업을 허가했다.

신한.우리.하나은행이 13일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일제히 중국현지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는 하나은행이 중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기존 상하이(上海), 선양(瀋陽) 지점과 현지 합작회사인 칭다오(靑島)국제은행(지점 3곳) 등 5개 지점이 현지 법인에 소속될 예정이며 2014년까지 톈진(天津) 등 7개 지점을 추가해 중국내 지점을 12개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에 나간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현지 국내 기업과 교포를 대상으로 제한된 위엔화 업무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이 가능해진다"면서 "외국 은행들도 이미 진출해있다"고 말했다.

◇ 현지화.차별화가 관건 =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세계적인 금융기관에 비해 규모, 전문성, 해외진출 경험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철저한 현지화와 차별화 전략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2005년 기준 국내 은행 해외점포의 현지 자금 조달 비중은 56.2%로 국내 외국계은행 66.1%보다 낮은 수준이며 현지 직원의 채용 비중도 52.4%로 역시 국내 외국계 은행의 97.5%에 비해 크게 낮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는 국내 직원을 활용하거나 본점에서 자금을 조달해 현지 진출 한국 기업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출장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점을 감안해 향후 은행 경영실태 평가 때 해외 점포의 현지화 전략의 적정성과 이행 실적, 직원 채용과 자금의 조달.운용 실태 등을 반영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점포들이 현지에서 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현지민이나 현지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을 해 경쟁력을 높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임승태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발표한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동향과 성공적인 전략 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들이 해외 진출 초기에는 상품 개발, 서비스 등 소매금융에 집중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 특유의 친절함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소매금융을 통해 영업력을 확보하면 이후 현지에서 쌓은 네트워크와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IB)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경부는 유관기관과 함께 최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은행 등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 점포를 추가 개설할 때 이미 나가있는 동종 점포의 50% 이상이 흑자를 내고 있어야 조건을 없애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렇지만 특정 지역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원은 "동유럽이나 남미 등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동남아가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레드오션'이 될 수도 있다"면서 "확실한 사업 기회를 발견해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조재영 기자 kms1234@yna.co.kr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