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자동차 '울상'..조선.정유업계 '활짝'

올해 1.4분기에 국내외 급격한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주요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업종에 따라 희비 쌍곡선을 그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와 자동차는 제품값 하락과 노사 문제 등으로 1분기 실적이 하락세를 보인 반면 조선, 정유, 철강, 유통업은 지난해의 악재가 사라지면서 실적 향상이 두드러졌다.

◇전자.자동차 '울고 싶어라' = 삼성전자[005930]는 1분기 반도체와 LCD 판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4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14조3천90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조1천800억원, 순이익 1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에 비해 매출은 8%, 영업이익은 42%, 순이익은 32% 줄어든 것이며 특히 영업이익은 2003년 2분기 1조1천610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시장에서 추정한 평균치(1조3천936억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어닝쇼크' 수준인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이건희 회장이 여러 차례 피력해 온 '샌드위치 위기론'과 무관치 않아 보이며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에 의존해 있어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언제를 바닥으로 봐야 하느냐는데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제시된 데이터를 놓고 분석하면 2분기에는 다소 실적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1분기를 바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19일께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LG전자는 1분기 PDP패널 사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부문의 이익 상승을 비롯해 생활가전 등의 사업실적이 양호해 전분기 대비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작년 4분기에 매출이 전분기 대비 8.8% 감소한 5조5천205억원, 영업적자 434억원 등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제품값 하락으로 극심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필립스LCD는 1분기 매출액 2조7천220억원, 영업손실 2천8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에 비해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지만 역시 신통치 않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1분기 내수 14만2천849대, 수출 46만9천198대 등 총 61만2천47대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실적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1분기 실적이 당초 추정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내놓은 현대차의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는 6조8천98억, 3천19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에 못 미치는 4.7%였다.

이는 지난 1월 연말 성과금 추가 지급과 관련한 조업차질, 국내공장간 생산차종 재배치에 따른 생산차질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대차의 2분기 이후 경영실적도 주목된다.

현대차가 지난 3월 국내시장 점유율 50%대를 회복하며 점차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전주공장의 경우에도 2교대 근무에 돌입한 점 등은 향후 실적 개선의 긍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향후 환율 변동, 현대차의 고질적 문제인 노사관계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조선.정유 '실적 향상에 웃음꽃' = 조선업계는 선가가 낮았던 시기에 수주했던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고 고선가 물량을 건조함에 따라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신영증권[001720]의 추정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 빅3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곳은 대우조선해양[042660]이다.

지난해 1분기 1천41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대우조선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392억원으로 흑자전환되고 매출액도 1조5천36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9.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 97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19.1%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으며 매출액은 1조8천28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24.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중공업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조4천677억원, 3천39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21.8%, 102.1% 늘어나며, 영업이익률이 9.8%로 빅 3중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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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의 영업실적 대폭 개선이 예상되는 것은 2003년 저가수주 물량이 대부분 인도되고 자재비 인상분이 반영된 2004년 이후 고선가의 물량들을 건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유업계도 1분기 실적 선방이 예상되고 있다.

작년 1분기 실적이 정제 마진 축소 등으로 인해 워낙 좋지 않았기에 상대적인 호조세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각 업체는 일단 "좋은 출발"이라고 자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달말 1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SK㈜는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작년 동기 대비 10%, 3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1분기에 매출 5조2천777억원, 영업이익 3천300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었다.

SK[003600] 관계자는 "석유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지 않은한 올 한해 영업 환경이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브라질 광구 등 신규 유전개발 수익 등을 감안할 때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S칼텍스도 정제 마진 개선과 화학분야 영업 호조 등에 힘입어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지난해 4조3천464억원이었던 매출은 4조5천500억원대로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1천396억원에서 2천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 매출액 5조7천10억원, 영업이익 1조1천130억원, 순이익 9천8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실적으로 작년 4분기와 비교할 때 매출 5.4%, 영업이익 1.5%, 순이익 4.9% 증가한 것이다.

후판,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량이 늘어난 동시에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의 안정적 성장, 국제 철강가격 상승세 등에 힘입어 이 같은 경영실적을 기록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유통업체인 신세계[004170]는 1분기 매출액이 2조4천40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천660억원으로 1.9% 늘어났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평가가 엇갈렸는데 일부에서는 백화점 명품관, 죽전점 오픈, 포인트 카드 발급 등으로 비용이 많이 나간 점 등을 감안할 때 긍정적이라고 본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마트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