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프로축구 1부리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이끌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성적 부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니트는 14일(한국시간) 오후 상트페테르부르크 홈 구장에서 열린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디나모 모스크바와 경기에서 3-0으로 이겨 2승2무1패(승점 8점)를 기록,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

제니트는 하지만 이날 경기를 치르기 전 1승2무1패로 이번 시즌 리그 8위에 머물렀고 러시아 컵 대회에서도 1승1무1패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제니트가 지난 시즌 11승8무3패로 4위로 리그를 마친 것에 비하면 올 시즌 초반 성적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팬들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성적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라면서도 "우리 팀 선수들이 시즌 초반에 아직 제 기량을 펼쳐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성적 부진을 일부 시인했다.

더구나 제니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료로 2천만 달러(약 186억원)를 주고 샤크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로부터 아나톨리 티모슈크를 영입하는 등 지난 해 구단 투자에 모두 500억 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져 홈 팬들은 더욱 실망한 모습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시드린 유리(55)씨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구단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 몸 값이 비싼 선수를 데려오고도 중간급 내용의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제니트의 모회사는 돈이 넘쳐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
가스프롬은 해외 선수 영입 등 선수와 시설 투자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학중인 신모(29)씨도 "아드보카트 감독이 최근 성적 부진으로 러시아 언론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받고 있을 정도"라면서 "선수 기용 문제와 성적 부진, 전술 실패 등 다양한 내용으로 비판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씨는 이어 "아드보카트 감독이 경기를 치를 때 러시아인 선수를 기용하지 않아 현지 언론으로부터 더 심한 비판을 받는 측면도 있지만 최근 홈 경기에서 2연패를 당해 여론도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