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가가 크게 올라서 그런지 그 어느 해보다 순위변동이 심하다.
이른바 '초부유층(super-rich)'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갑부들의 재산증식 과정을 곰곰이 따져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투자에 앞서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trend)를 읽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세계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어떤 산업이 떠오를 것인지,세계 각국의 인구구성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에 대해 철저히 분석한다.
이 때는 재산이 한 단계 늘어나는 것에 따른 한계효용(만족도)이 증가하더라도 그 자체로 만족하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인프라에 더 투자한다.
생애주기에서 유아기에는 부모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듯이 세계적인 갑부들은 이 시기에는 나중에 언제든지 도움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는 점이 눈에 띈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난 후 투자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파레토 전략'과 '루비콘 기질'을 발휘한다.
우량대상만을 골라 투자하는 파레토 전략처럼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수단을 선택하되 일단 선택하면 루비콘 강을 건너면 되돌아 올 수 없듯이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하더라도 초지일관 밀어붙인다.
청소년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듯이 이 때는 재산이 늘어나면 한계효용이 체증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로 세계적인 갑부들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한 눈 팔지 않고 돈버는 자체를 즐긴다.
이 때문에 고위험·고수익 투자대상을 쉽게 택하고 증거금대비 총투자 금액을 늘리는 레버리지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자주 활용한다.
재산증식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투자에 있어서 다른 목적도 감안하기 시작한다.
이를 테면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한다는 명분으로 시골 전원을 자주 찾거나 성장 잠재력이 있는 예술가의 작품에 투자하기 위해 예술적 심미안을 가져보거나,장기 투자 목적으로 해변 휴양지의 저택을 사들여 당장의 삶도 즐기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 때는 재산증식에 따른 절대효용은 증가하지만 한계효용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돈을 버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시기다.
만약 이때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세계적인 갑부로 성장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재산이 많은 것이 신변위협 등으로 오히려 부담이 돼 재산증식에 따른 한계효용과 절대효용이 동시에 떨어지는 단계에 들어선다. 이 시기에 세계적인 갑부들은 나눔과 기부를 통해 명성을 얻고 이 명성을 통해 또다시 재산을 늘려가기 때문에 실제로 재산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세계적인 갑부들이 존경받는 부자가 되느냐 여부는 대부분 이 시기에 결정된다.
졸부들은 재산을 움켜줘 죽어서도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지만 진정한 의미의 부자들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함으로써 죽은 후에도 존경받는 부자로 남는다.
영원한 부자가 되는 셈이다.
사람에 따라 투자방법이 바뀌는 시기와 돈에 대해 느끼는 효용수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세계 부(富)보고서(world wealth report)'를 보고 느낀 점은 생애주기에서 단계별로 요구되는 '젊음과 모험->중용과 지혜->겸손과 배려'가 재산증식 과정에서 그대로 수용해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일수록 세계적인 갑부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 경종과 시사점을 동시에 던져주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