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조각품에서는 진한 고독감이 배어난다.

가부장적인 가족제도도 위압적으로 표현돼 있다.

그의 손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은근한 불안감이 묻어나고 에로틱한 쾌락,사랑,고통,소외 등의 편린도 보인다.

이는 또 가족·교육 제도나 가치체계에 대한 도발로 이어진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을 독특한 조각작업으로 보여주는 루이스 부르주아(96).

그의 작품에는 예나 지금이나 강렬한 페미니즘이 녹아 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가 연면적 600평 규모의 신관 개관기념 첫전시로 오는 19일부터 6월29일까지 그의 대표적인 추상작업을 소개한다.

1940년대의 초기 작품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다''코요테''삼미신(三美神)'을 비롯해 1990년대의 '분할''밀실'같은 대표적 추상조각,격자무늬와 원·평행선을 반복적으로 그린 드로잉 등 25점이 출품된다.

부르주아의 다양한 미학세계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프랑스 출신의 미국 여성작가인 그는 1982년 뉴욕 근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회고전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불륜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도 한 그는 '20세기 최고의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며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추상에 가까운 기둥 형태의 인물상과 신체 부분,에로틱한 형상으로 표현한 조각,손바느질한 천 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고통·고독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1947년 작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다''코요테''삼미신(三美神)'은 결혼 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향수에 시달리던 그가 프랑스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인물 조각상이다.

1989년 작 '출구 없음'은 아무 곳으로도 향하지 않는 계단을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감과 도피심리를 다룬 작품.계단 주변으로 병풍처럼 문이 둘러져 있고 아래 쪽에 두 개의 커다란 나무공이 놓여져 있어 성적인 이미지도 암시한다.

인체와 사물의 파편을 집과 결합시킨 '밀실'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부르주아의 작품 가격은 최근 미국 등 국제시장에서 크기와 작품성에 따라 점당 10억~50억원 선에 거래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6층 조각공원에 설치된 높이 4m짜리 '스파이더'는 40억원에 들여왔다.

(02)733-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