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범시민 기업사랑 운동을 뿌리내리게 한 울산상공회의소가 이번엔 청소년들에게 기업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나섰다.

'기업사랑 학교사랑' 운동.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기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불어넣어 주겠다는 생각이다.

이두철 울산상의 회장은 "자식들이 부모가 다니는 회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부모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겠냐"며 "학생들이 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기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공기와 같아서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생물체"라는 이 회장을 울산상의 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기업사랑 학교사랑 운동을 펼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다양한 국내 주력 기업들 덕분에 먹고사는 도시입니다.

울산이 번창하려면 이들 기업이 신바람나도록 해야 하는데 이 추동력을 '기업사랑 학교사랑'에서 찾으려는 것입니다.

자식이 다니는 학교를 사랑하지 않는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없듯이,학생들도 부모가 다니는 기업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없애고 기업을 사랑하게 되면 울산은 자연스럽게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업도시로 성장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어떤 것인지요.

"기업과 학교 간 벽을 허무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학교에서 기업의 소중함에 대해 수백번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기업을 직접 찾아 부모가 다니는 기업이 왜 중요한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지요.

기업인들이 피부에 와닿는 경제교육을 하면 학생들은 보다 쉽게 경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울산교육청과 공동으로 울산 기업과 지역 내 217개 초·중·고교 간 '1사 1교' 자매결연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우선 1차로 5월 중순까지 50개 기업과 학교 간 합동 자매 결연식을 가질 계획입니다.

기업은 자매결연 학교에 발전기금과 장학금 등을 지원하며 상생의 신뢰를 쌓아갈 것입니다."

-'기업사랑 운동의 전도사'란 별칭을 갖고 계신데요.

특별한 계기라도 있습니까.

"기업사랑 운동은 전국 상공회의소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개인적으로 그런 별칭이 붙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기업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기업인 모두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2004년 울산상의 회장 취임 직후 향토 기업 SK가 외국 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것을 보고 기업사랑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아마 모든 기업인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봅니다."

-당시만 해도 '기업=환경오염'이란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지 않았습니까.

"1990년대 말 현대강관(현재 현대하이스코)이 1조원 투자 규모의 냉연강판 공장을 울산에 증설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아예 계획을 바꿔 전남지역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2004년에는 현대중공업 등이 조선 블록 공장을 다른 지역에 옮겨 지으면서 울산의 산업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고요.

그러던 차에 SK 사태가 터졌습니다.

당시 저는 시민들이 SK 주식을 사준다면 소버린자산운용도 SK 경영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주변에선 반기업 정서를 갖고 있는 시민들이 많을 텐데 과연 주식을 사겠느냐며 만류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오듯 울산시민들도 기업도시의 풍요 속에 기업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왔다는 것을 그때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까.

"지난해는 친기업 도시로의 변신이 얼마나 값진 과실을 시민들에게 가져다 주는지를 절감한 한 해였습니다.

SK는 1020억원을 들여 울산 남구 도심 110만5000여평에 울산대공원 공사를 마무리해 시민들에게 돌려줬습니다.

울산 SK공장 옆에는 총 사업비 1조6000억원을 들여 중질유 분해공장도 짓기로 했습니다.

삼성SDI는 73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인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4라인을 착공하는 등 지난해에만 무려 3조여원의 초대형 사업들이 진행됐습니다.

환경과 사회복지,문화사업 등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져 울산은 이제 기업과 시민이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해엔 현대자동차 살리기 범시민 서명운동도 전개했죠.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구속되자 울산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울산 경제에 미치는 비중이 30%나 되는 현대차가 흔들릴 경우 울산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정 회장 조기 석방을 촉구할 경우 사법부의 위상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처한 상황이었죠.3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민을 하다 '회원사가 어려울 때 입장을 대변하는 게 상의 회장의 역할이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곧바로 정 회장 조기 석방을 촉구하는 현대차 살리기 범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울산의 100여개 사회단체와 기업,시민들이 참여해 보름여 만에 13만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대차 노조원 한 명이 15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직접 찾아왔을 때는 감격해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울산의 기업사랑 운동이 다른 지역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비판적인 성향의 NGO 단체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 현대차 노사분규 때는 121개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보탰습니다.

지난달 정월 대보름 때 태화강 고수부지에서 열린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 기원제에 참여한 NGO 단체들은 140개가 넘습니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NGO들도 다수 참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울산의 숙제인 '노사평화'에 힘을 보태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시민과 NGO들이 눈을 부릅뜨고 노사평화를 깨지 못하도록 감시하게 된 셈이죠.행복도시 건설에 노와 사,시민이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직접 경영하시는 삼창기업의 노사문제는 어떤지요.

"우리 회사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제어 정비 분야,시운전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4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만약 분규가 나면 그순간 문을 닫아야 합니다.

국내 주요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이죠.직원들은 사업지가 전국에 분산돼 있어 일일이 만날 수 없지만 지난 18년간 단 한 번도 분규를 일으키지 않고 저에게 무한의 신뢰를 보여줬습니다.

브라운관용 신소재인 트리메탈을 생산하는 엔바로테크와 중국 말레이시아 현지법인 등 모두 8개 계열사가 있는데 어느 한 곳에서도 노사 갈등이 생긴 적은 없습니다.

근로자들을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솔직한 심정으로 대하니까 불평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정리=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