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노무현 대통령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촉발된 개헌 정국이 정치권과 청와대의 정치적 타협으로 3개월여 만에 결국 막을 내렸다.

청와대와 정치권과의 최대 악재였던 개헌 문제가 제거됨으로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조기 처리 문제도 탄력을 받게 됐다.

우선 개헌안 발의 철회는 개헌안 자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자체 동력을 상실하면서부터 예고된 결과였다.

당초 2월 말 예정됐던 개헌안 발의가 4월까지 4차례나 이런저런 이유로 연기되면서 연내 개헌안은 물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를 통해 탈당과 임기단축 등 개헌과 관련된 민감한 정치적 의제를 던지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해왔지만 연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계속 약화됐었다.

지난달 8일 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개헌안 발의의 조건부 유보 방침을 밝히면서 철회를 위한 '명분쌓기'에 들어갔고 청와대는 이후에도 개헌안 발의를 2차례나 더 연기하면서 정치권의 응답을 기다렸다.

결국 지난 11일 정당 원내 대표 6인이 개헌을 차기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데 전격 합의,노 대통령의 '명분 있는 퇴각'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오기에 가까운 개헌안 발의 강행 방침으로 한 때 긴장국면이 조성됐으나 한나라당이 정책의총을 열어 모양새를 갖춰줌으로써 노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접도록 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비록 임기 중 개헌이라는 '현찰'은 아니지만 18대 국회에서의 개헌안 처리라는 '약속어음'에 한나라당이 배서한 만큼 실효성 있는 합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처리할 일을 17대 국회가 합의하는 것이 정치적,법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지적과 함께 '부도처리'될 어음을 대국민 약속으로 간주하겠다는 청와대 역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개헌안 문제가 일단락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청와대와 정치권의 대타협이 한·미 FTA에서도 이뤄질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