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인간성을 많이 칭찬한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주위 사람들 얘기를 먼저 들어주는 '진국같은 사람'이라는 게 지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이런 장관의 품성이 직무에 도움이 될까. 장관이 품성이 직무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해볼 만한 일이 몇 가지 있다.

한 가지 사례가 KBS 처리 문제다. 장 장관은 지난해 말부터 KBS의 '공공기관 운영법' 적용여부를 놓고 곤욕을 치렀다. 방송사인 KBS를 공공기관법 적용을 받게 하자니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된다며 국회와 해당 기관이 반대하고,적용을 제외하자니 법 원칙이 흔들리고….

장 장관은 예외 없는 적용과 적용 제외 입장을 수 차례 번복하다 결국 최근 들어 적용을 유보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면서 밝힌 이유 중 하나가 "KBS (경영진) 스스로가 공공기관 수준으로 경영정보를 공시하겠다고 공문으로 약속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법의 원칙이나 개인적인 소신은 훼손됐지만 어쨌거나 '사람 좋은' 결론이다.

장 장관은 또 지난해 예산편성 과정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획처의 정원을 45명(전년 대비 12%)이나 늘렸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처가 앞장서 인력을 늘리면 다른 부처의 자리 늘리기 경쟁을 어떻게 막겠느냐"는 지적이 있자 그는 "여름이면 바빠서 휴가 한 번 못 가는 직원들이 안쓰러웠다"고 답했다. 역시 남을 생각하는 성품이 아니고서는 힘든 얘기다.

또 있다. 그는 지난해 말 2007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울산국립대 설립안을 슬그머니 집어 넣었다. "가뜩이나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웬 국립대 신설이냐"는 지적에 그의 대답은 '워낙 오래된 민원이어서…'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결정들이 모두 장 장관의 품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정치적 이유도 있을 것이고,정말 불가피한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급속한 고령화와 복지확대,통일 대비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올바른 재정 정책 수립이 요구되는 때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히 챙겨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게 기획처 장관의 미덕이라는 얘기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