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와 건설업계의 시각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부가 지난주 주택정책 설명회에서 건축비 등에서 업계의 입장을 일부 수용해 '숨통'을 터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많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특히 업계는 핵심 쟁점인 택지비에 실매입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세보다도 낮은 감정가로 산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이른바 '알박기' 때문에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땅을 매입할 수밖에 없는 건설업체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또 기본형 건축비에 6% 정도의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것과 주상복합 등 초고층 아파트의 건축비가 비싼 사정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실효성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택지비는 아파트 분양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땅값이 비싼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택지비가 전체 분양가의 50%를 넘는다.

이에 따라 택지비가 어떻게 평가되느냐에 따라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결정된다.

정부는 택지비의 산정 기준을 실제 매입가격으로 해야 한다는 업계의 줄기찬 요구를 물리치고,분양시점의 감정가격으로 땅값을 산정키로 했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정책설명회에서 "감정가는 정상적인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하므로 실제 시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전체 택지의 20%가량은 땅주인들의 알박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정상적인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하고 있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토지 감정가는 시세의 80~90% 수준인데 택지비를 감정가로 산정한다면 이미 비싸게 주고 산 땅에 손해를 보고 주택을 지으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A건설사 주택사업부 임원은 "땅 매입이 늦어질수록 금융비용 등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알박기 한 땅을 비싸게라도 매입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시가 27억원짜리 땅을 300억원을 주고 매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생기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업계가 임야나 논밭을 매입해 대지로 변경한 뒤 감정가로 평가받으면 이익이 많이 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택지 매입 후 사업승인을 받기까지는 빨라야 1∼2년이고,통상 3∼4년 이상 걸리는데 지목 변경 절차까지 밟을 경우엔 사업기간이 더 길어져 금융비용 부담 등이 불어나는 만큼 이런 방식으로 주택사업을 하는 사례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반론이다.

정부가 '기본형 건축비'에 반영되는 건설업체의 이윤을 현재 5∼5.2%에서 6% 정도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업계는 "사채이자에 적용되는 상한선과 같은 개념"이라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보통 6% 이상의 이윤을 내지만,지방에서는 2∼3%의 이윤도 못 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면서 "더욱이 초기 분양률이 30% 이하인 미분양 상태가 10개월 정도 이어지면 금융비용이 이윤을 초과해 적자를 내게 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에 상한선을 두면 사업성 있는 곳에서 큰 수익을 거둬 지방시장의 손실을 메우는 구조가 무너져 결과적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또 일반아파트보다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는 25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에 대해서는 건축비를 더 반영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업계는 주상복합을 제외하고는 초고층 아파트는 그리 많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주상복합에 대한 수요도 눈에 띄게 줄어 실제 혜택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주민편의 시설 등도 기본형 건축비의 가산비로 인정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업계는 "현행 제도와 그리 다를 게 없어 새로운 조치가 아니다"며 시큰둥한 모습이다.

투기 우려가 없는 지방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분양가 상승 압력이 없는 지방은 분양원가 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정부 방침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장기화되는 등 주택경기가 이미 크게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C건설사 임원은 "정부가 주택협회를 통해 대표이사를 포함,200명 가까운 임원들을 불러 달라고 요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말만 앞세웠을 뿐 주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안은 찾기 힘들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