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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웨그먼스 푸드마켓 경영철학은 "종업원이 왕"

"고객이 왕이 아니라 종업원이 왕이고, 고객은 종업원 다음이다."

미국 동부지역에서 67개의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웨그먼스 푸드 마켓'의 독특한 경영철학이다.

서비스가 생명인 유통회사에서 고객은 일단 젖혀두고 직원이 우선이라는 이념을 내세우고 있다.

일반적인 기업관으로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웨그먼스 푸드 마켓은 월마트와 같은 초대형 할인점들과 당당히 맞서며 경쟁하고 있다.

비결은 '일할 맛이 나는' 회사 풍토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내부고객인 종업원을 만족시켜야 진정한 고객만족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 회사 CEO인 웨그먼 회장은 1950년 부친의 뒤를 이어 사장자리에 올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선 그는 종업원 월급을 대폭 올려줬다.

웨그먼스의 시간당 임금과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 상근 종업원은 평균 연봉이 10만달러에 육박한다.

1984년부터는 종업원들에게 대학 학자금을 보조해주기 시작했다.

현재 직원 수 3만명이 넘는 이 회사는 지난 20년 동안 1만7000명에게 총 5400만달러(약 567억원)를 지원했다.

연간 850명이 혜택을 받은 셈이다.

직원에 대한 투자는 곧 고객에 대한 봉사와 매출 신장으로 연결됐다.

현재 이 회사의 영업 이익은 미국 4대 슈퍼마켓 평균의 2배 이상이다.

면적당 매출액은 업계 평균보다 50% 이상 높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웨그먼스는 2005년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로 선정됐으며, 올 초에는 3위에 랭크됐다.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은 1998년부터 포천지가 매년 선정하고 있으며, 웨그먼스 푸드 마켓은 단골처럼 이름을 올리며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 '일하기 훌륭한 기업'(Great Workplace)이 되기 위한 포천 100대 기업들의 노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주를 뛰어넘는다.

이들은 스포츠센터, 진료시설 등을 갖춰 종업원의 건강을 책임지는가 하면 사내에 보육 양로시설을 마련해 종업원의 가정 일을 보조하기도 한다.

이익배분의 원칙을 두고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다양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같은 노력은 종종 '튀는 행동'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행동이 나타나게 만드는 경영철학과 기업의 가치체계다.

'튀는 행동'의 이면에는 경영자의 철학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한두 가지 분야에서 이상이 생기더라도 기업과 종업원간의 기본적 신뢰관계가 유지된다.

신뢰받는 기업문화 속에는 윤리경영, 원칙 준수, 그리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들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또 그 가치들을 직원과 경영자, 그리고 주주가 공유하고 24시간 365일 실천한다.

직원들로서는 개인 가치관이 자신이 종사하는 기업 가치관과 일치돼 실천되는 것을 큰 자부심으로 느끼게 된다.

이는 회사에 대한 애사심으로 이어지며 당연히 생산성도 높아진다.

그 동안 기업을 평가할 때 주로 수익성과 안정성에 의존했지만,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솥밥경영ㆍ신뢰경영'이 매우 중요한 지표로 떠올랐다.

정작 근로자들을 직장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그들이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대접받으며 회사로부터 진심으로 중요하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기업문화를 보여줄 때 가능하다.

현장으로 나가 직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또 직원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해주는 것, 이는 오늘날 중소기업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내부마케팅'의 중요한 원칙이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