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인제대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가칭 '노무현 스쿨'은 미국 하버드대의 정치학 명문대학원인 '케네디 스쿨'과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의숙(松下 政經義塾)'같은 정치인 양성 요람을 지향하고 있다. 케네디 스쿨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반기문 유엔사무총장,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 같은 세계 유력 정치 지도자들이 배출된 대학원으로,국내외 정치 무대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입학을 꿈꾼다. '노무현 스쿨' 아이디어도 이 같은 개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이전부터 검토됐던 사항이다. 그러나 '노무현 스쿨' 사업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이 백낙환 인제대 이사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우수한 자질을 갖춘 정치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 이 곳에서 국회의원도 여럿 배출되면 좋겠다"고 정치대학원 설립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대로선 많은 돈을 투자하며 우수대학으로 발돋움하려는 인제대 측도 지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 대통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성공시킨 뒤 국민 지지도가 상승해 임기를 잘 마무리하면 퇴임 후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인제대 측은 판단하고 있다. 백 이사장(81)은 평북 정주 출신으로 의료사업에서 번 돈을 상당부분 교육사업에 투자해왔다.

인제대 측은 박재섭 도서관장과 김성수 대외교류처장 등을 중심으로 준비작업에 들어갈 정도로 적극적이다. 대학원과 기념관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스케줄은 청와대와 인제대 측이 각각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협의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 기념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측 관계자들은 당초 연세대를 생각했지만 이미 2003년 김대중 대통령 도서관이 설립돼 노 대통령 생가에서 가까운 김해 인제대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무현 스쿨'을 개설하려면 국민 여론이 중요한 데다 노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도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퇴임한 대통령들이 고향에 도서관이나 기념관을 세우는 게 일반화 돼 있다. 2004년 11월 아칸소주 리틀록에 건립된 '빌 클린턴 도서관 겸 뮤지엄'이나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센터 등이 그 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국가 예산 60억원 정도가 지원된 '김대중 대통령 도서관' 외에 전직 대통령 기념관은 아직 없다. 한때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이 추진됐지만 당시 민주화 세력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말에는 명지대가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않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