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창의력 교육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르네 마그리트. 그와 나눈 4개월간의 눈맞춤은 아름다웠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서울시립미술관ㆍ벨기에 왕립미술관과 공동으로 주최한 명품 전시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전이 지난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획 기간만 3년,마그리트의 대표작 등 270여점을 전시한 '마그리트전'은 관람객 수 35만명을 돌파하는 등 한국 미술 역사상 전례 없는 기록들을 쏟아냈다.

관람객은 초ㆍ중ㆍ고교생 13만여명,직장인 13만명,대학생ㆍ주부 8만명,외국인 3만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루 평균 3000~4000명이 전시장을 다녀간 것이다.

미술관 측은 "일본에서도 블록버스터 전시회 관람객이 하루 평균 2000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마그리트에 대한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규모 전시=마그리트전은 국내 최초ㆍ최대 전시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마그리트재단과 해외 유명 미술관,저명 컬렉터들의 소장품을 망라한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120억원짜리 '보이지 않는 선수' 등 오리지널 유화 70여 점과 과슈ㆍ드로잉ㆍ판화 50여점,사진ㆍ희귀영상ㆍ친필서한 150여점 등 270여 점을 선보였다.

마그리트의 대표작을 이처럼 한꺼번에 선보이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벨기에 왕립미술관과 마그리트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직장인ㆍ학생 창의력 교육 현장=마그리트전은 직장인과 학생들 사이에 '창의력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마그리트 미학'이 기업의 가치혁신과 창의력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과 함께 샐러리맨과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줄을 이었다.

삼성그룹은 지난 2월 사내방송 3부작 '창의력이란 무엇인가'란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마그리트의 창의적인 미학을 입체적으로 다뤘다.

이달 들어서는 매주 화요일 경기도 용인 삼성연수원에서 부ㆍ차장급을 대상으로 창의력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KT 산업은행 신한생명 기업은행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통운 등도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배우는 창의력 교육을 실시하거나 사보를 통해 가치혁신모델로 소개했다.

또 마그리트전이 논술시험 대비 및 창의력 체험의 장으로 각광받으면서 서울ㆍ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학생들까지 대거 몰려들었다.

개막 첫날 경북 김천예술고등학교 학생 300여명이 다녀간 것을 시작으로 문성중학교,서울 예술고등학교,계원예고,서울디자인고,대전국제고,세화고,고양외고,홍대사대부고,노원중,월계중,세화여중,서울사대부속초교,잠원초교,경희초교 등 100여개교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거물'들의 마그리트 배우기=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현대 대중문화의 '자양분'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정치인과 패션 영화 광고 등 대중문화계 인사들이 전시장을 많이 찾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천정배 의원 등 대선주자를 비롯해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영화 '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영화배우 출신 미술가 강리나씨,방송인 배한성씨,도올 김용옥씨,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국동 대한통운 사장 등이 마그리트전을 찾아 기발한 상상력과 역발상의 미학에 감탄하며 새로운 개념의 전시라고 극찬했다.

◆평가ㆍ전망=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르네 마그리트를 왜 거장이라고 부르는지 일깨워준 전시였다.

또 피카소 마티스 모네 등의 대중성과 거리를 두고 삶의 본질을 추구했던 마그리트의 진면목을 보여준 기회였다.

무엇보다 마그리트의 대표작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경제 산업의 성장동력이 바닥난 한국의 현실에서 새로운 창의력과 상상력의 엔진을 제공해 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