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주 시장에서 20도 이하 저도주(低度酒)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약주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25도 안팎의 소주를 내놨던 소주업체들이 젊은 여성층 등을 겨냥,앞다퉈 도수를 낮추자 10도대의 약주업체들이 시장을 잠식당한 것.

국내 최대 소주회사인 진로가 이번에는 30도짜리 프리미엄 소주를 내놨다.

진로는 16일 순쌀 100%를 직접 발효시켜 증류하는 한국 전통의 소주 제조법을 이용,도수를 끌어올린 '일품 진로'(사진)를 시판한다고 선언했다.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외국 손님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술 시장에는 어떤 파급 효과가 일어날까.

진로는 '일품 진로'를 일반 편의점에는 유통시키지 않고 한정식집 일식집 호텔 골프장 등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고가는 450㎖들이 7500원이지만 업소에서는 3만5000원 안팎에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소주와는 타깃층이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이 경우 경쟁 주종은 소매가 6만원 안팎의 문배주 안동소주 화요 등 국산 증류주다.

국산 증류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60억원(출고가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그렇지만 일부 위스키와 과실주,약주 등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김정수 진로 상무는 "위스키 최저품보다는 소주 최고품인 '일품 진로'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30도 증류주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다.

일본의 소비 패턴에 비춰볼 때 장기적으로 증류주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일본에서는 희석식 소주보다 증류식 소주 시장이 훨씬 크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고급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20도짜리 '처음처럼'을 내놓으며 소주업계에 저도주 경쟁을 촉발했던 두산주류BG도 최근 '처음처럼 프리미엄'을 내놨지만 도수가 일반 소주와 같은 20도여서 '일품 진로'와의 직접 경쟁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윤종웅 진로 사장은 '일품진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FTA(자유무역협정)시대의 도래는 값싸게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제품인 소주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라며 "새로 출시한 일품진로는 앞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위스키 등 외국산 주류에 맞서기 위해 수익성을 떠나 개발한 상징적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품진로'는 호텔 등 특정 업소만을 대상으로 월 8500상자(6본입) 한정 판매,제품 이미지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음주 인구 증가와 저도주 보급 등으로 술 소비량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종별로는 소주,맥주,와인,막걸리의 소비량이 늘었고 양주와 약주 소비는 줄었다.

2005년 감소세로 돌아섰던 전체 주류 출고량은 지난해 316만8000㎘로 2.4% 증가했다.

소주 출고량은 95만9000㎘로 3.2% 늘었고 맥주도 187만8000㎘로 2.2% 증가했다.

막걸리도 16만9000㎘로 1.8% 증가했고 와인은 2만7000㎘로 무려 8.7% 늘었다.

반면 양주는 3만3000㎘로 2.9% 줄었고 약주는 4만3000㎘로 4.4% 감소했다.

19세 이상 성인 1인당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소주는 2005년 360㎖짜리 71.26병에서 지난해 72.42병으로,맥주는 640㎖짜리 79.28병에서 79.79병으로 각각 늘었지만 양주는 500㎖짜리 1.81병에서 1.71병으로 줄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