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논란 속에 3년6개월가량 표류해 오던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가 4월 임시국회 들어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측은 보험료율 및 연금액을 조정하는 연금법 개정안에는 사실상 합의한 상태에서 이제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과 지급액 규모를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는 정치권이 막판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측은 18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는 국회 상임위(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각 측의 연금개혁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안 중 연금개혁안은 사실상 합의된 상태나 다름없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 등 3당은 보험료율(현행 9%)을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12.9%까지 올린다는 데서 한 발 물러서 '현행 유지' 쪽으로 정리했다.

'더 내고 덜 받는' 안에서 '그대로 내고 좀 덜 받는' 쪽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권표를 던져 열린우리당 안을 부결시켰던 통합신당파 측을 끌어안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통합신당파 측은 당시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

연금지급액은 2018년까지 가입기간 평균수입의 45%(기존 안은 50%)까지 조정하자는 것으로,한나라·민주노동당 안(40%)과 사실상 합의가능한 수준으로 수렴했다.

◆기초(노령)연금이 관건

관건은 기초(노령)연금 처리 문제다.

열린우리당은 기초노령연금법이 한나라당의 압도적 찬성 아래 통과됐으니 국민연금법만 합의해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기초노령연금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부족한 '짝퉁' 기초연금"이라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한 데 묶은 연금개혁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금 전문가들은 "형식이야 어떻든 골자는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과 지급액에 대해 합의 가능성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양측 안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이 훨씬 많은 노인계층에 더 많은 연금을 주게 돼 있다.

기초연금 소요재원은 기초노령연금의 3배 이상이다.

◆표 대결 칼자루는 통합신당모임에

양측은 18일 법안 상정을 앞두고 막판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막판 합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4월은 힘들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합의가 무산돼 양측 안이 표대결에 들어갈 경우 칼자루는 통합신당모임이 쥘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민노당 연합(136석)이 열린우리·민주·국민중심당 연합(124석)에 앞서지만 통합신당모임(23석)이 어디에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한 법안에 묶는 게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기초연금)도 어렵지 않느냐.양측의 합의과정을 지켜보겠다"며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박수진/노경목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