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번 했다고 편안하게 일생을 보낼 생각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로 1987년 6월 민주항쟁 관련인사를 초청,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퇴임 후 구상의 일단을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젊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또 제가 했던 수많은 실수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도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언급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노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에 대해 "조용히 계시기에는 너무 젊지 않느냐.서울과 김해를 오가시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946년생으로 내년 2월 퇴임하더라도 63세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스쿨'에 대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한 정치발전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왔고,이 과정에서 스스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노 대통령 표현대로 '대통령을 마친 사람이 정치를 또 하는 것은 맞지 않는' 만큼 현실정치에 뛰어들 수는 없지만 훌륭한 자질을 갖춘 정치인을 배출하기 위한 활동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13일 청와대 만찬에서 노 대통령도 이 같은 구상을 참석자들에게 밝혔고,인제대는 기념관 설립과 함께 정책대학원 형태로 노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무현 스쿨이 미 하버드 대학의 '케네디 스쿨'이나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의숙(松下 政經義塾)'과 같은 정치인의 요람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정치적 지향점이 같은 인물들을 묶고 친노 인사들을 결집시키면서 퇴임 후에도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가 본지 보도를 계기로 설립을 공식 발표한 노무현 기념관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하게 될 사저가 이미 고향인 김해에 착공 중이고,기념관 역시 인근 인제대 캠퍼스에서 설립되면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공간이 마련되는 셈이다.

게다가 도서관 형태로 운영되는 기념관은 정책 연구기능까지 일정 부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전직 대통령의 정치활동에 대한 여론의 향배다.

노 대통령의 퇴임까지 8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초기 단계의 논의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청와대가 당황해 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관 설립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의 기념관 설립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노무현 스쿨 설립에 대해서도 청와대 윤승용 홍보수석은 "너무 앞질러 간 것"이라며 부인했지만,내부적으로는 정치권과 국민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심기/최규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