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전혀 다른 개념의 새로운 인터넷을 만들자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고 원점에서 재설계하자는 연구 작업에 미국 연방정부는 물론 유럽연합(EU)도 강력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AP통신은 16일 오늘날 인터넷이 당면한 보안성과 이동성의 한계를 뛰어넘고 향후 유비쿼터스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인터넷의 개념을 다시 디자인하는 길밖에 없다고 보도해 관련 논의에 불을 지폈다.

◆발상 전환한 인터넷 개발된다

새로운 인터넷은 발상 자체부터 다르다. 보안과 관련해선 현재의 인터넷은 방화벽,스팸 필터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들 기술은 네트워크에 깊숙이 간여하지 못해 악성 데이터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새로운 인터넷은 모든 콘텐츠와 정보가 먼저 인증을 받은 뒤 소통되도록 만들어진다. 물론 현재의 컴퓨터 속도로도 이런 인증절차를 거쳐 무리없이 데이터가 오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가 마련돼야 한다.


다음으로 와이브로 같은 무선인터넷이 인터넷의 이동성을 넓혀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액세스포인트(무선인터넷 연결장치)가 이동 중인 노트북 등의 위치를 계속 추적하면서 주소(address)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속도에 벽이 생긴다. 새 인터넷 환경에선 예를 들어 노트북의 위치가 아니라 노트북 자체에 주소를 고정시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앞으로는 집안의 토스터기 에어컨 같은 모든 기기가 서로 통신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린다. 현재의 인터넷 주소체계(IPv4)가 IPv6로 발전해 쓸 수 있는 인터넷 주소가 대폭 늘어난다고 해도 유비쿼터스 시대의 수요를 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토스터기 등은 집안에서만 교신되도록 하고 따로 인터넷 주소를 할당해주지 않는 식으로 설계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경쟁한다

새로운 인터넷 연구에선 미국과 유럽이 치열한 경쟁를 벌이고 있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은 '세계 네트워크 혁신 환경(GENI)'이라는 실험적인 통신망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대학들의 연구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NSF는 작년 '미래 인터넷 네트워크 디자인(FIND)'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20여개 프로젝트를 도왔다.

미 국방부는 별도의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 럿거스와 스탠퍼드,프린스턴,카네기 멜런,MIT 등의 대학도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파룰카는 "GENI 프로젝트 하나에만 3억5000만달러가 든다"며 "업계와 정부 기관,대학의 개별 연구들도 모두 합쳐 3억달러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EU도 '미래 인터넷 연구와 실험(FIRE)'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새 인터넷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 관리와 연구진은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에서 모임을 갖고 그간의 성과와 목표 설정을 논의했다.

이들 연구는 현재로선 초보단계이지만 자금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향후 10~15년이 지나면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ENI의 경우 2010년 전에 구축되기 시작해 5년 정도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