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다단계 방식을 동원한 대규모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전격적인 자금동결 조치를 취했다.

정부가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돈부터 빼앗은 뒤 수사를 진행하는 '선제 대응' 방식을 동원함에 따라 앞으로 증권 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번 주가 조작은 '큰손' 몇 명이 모여 주가를 조작하던 과거 사례와 달리 다수의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았다는 점에서 신종 기법으로 분석된다.

시세조종 세력들이 공모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후 자본금 규모가 비교적 작은 L사 주식 등의 주가 조작에 나선 것.박광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혐의자들은 단기간에 다수의 계좌에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매매 주문을 집중하고 주가를 끌어올린 뒤 신규 자금을 유치,이 자금으로 다시 주식을 매입해 차익을 실현하는 이른바 '체증식 다단계 자금 모집 수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증권사가 편의를 제공하고 상호저축은행 및 대출 모집업체는 주택담보 대출을 알선하는 등 주가조작 세력에 자금을 댄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횡령이나 해외 도주할 가능성이 높아 증권선물위원장의 긴급 조치로 검찰에 통보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전격적인 계좌 가압류 조치를 내렸다.

강찬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은 "주가조작 세력이 고율의 이자를 약속하며 돈을 끌어모아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판단해 자금줄부터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가조작 세력이 유동 IP를 이용한 인터넷 거래를 통해 시세 조종을 하고 있어 소재 파악이 쉽지 않다고 판단,거래 금액이 크고 관련 정도가 확실한 9개 계좌에 대해 가압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앞으로도 돈부터 빼앗는 수사 기법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세 조종이 끝난 다음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하고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뒤에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자금줄부터 묶어놓고 범죄자들을 잡아들이겠다는 것.강 부장은 "범죄 수익부터 환수해야 주가조작 세력들이 증권 시장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혜정/장진모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