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북한의 고학력자 기본급 인상·작업량 연동형 급여체계인 도급제 도입 요구를 임금 인상을 본격화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2년을 넘어서며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어느 정도 갖춰진 것으로 보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는 또 북한이 향후 개성공단 임금과 관련한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여진다.

정부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이에 따라 자칫 북측이 매년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되풀이해 올려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 것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북,"인력부족…외지서 데려와야"

북한은 이번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개성공단이 장기적으로 인력난에 처할 가능성'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시에서 공단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가용인력이 사실상 한계치에 달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에 따라 평양 등 외지에서 인력을 데려오는 데 필요한 직·간접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 달라고 주장한다는 게 입주업체들의 전언이다.

13일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는 1만3032명.개성시민이 모두 20만명 선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입주업체들이 주로 필요로 하는 20~30대 여성 중 거의 대부분이 이미 공단에 취업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통일부는 개성공단 본단지 100만평이 모두 분양될 경우 7만~10만명가량의 근로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앞으로 최소 6만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7월께 완공되는 아파트형 공장을 임대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아파트형 공장 1곳에서만 2000명의 인원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개성에서 이 정도의 인력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양 등 외지에서 인력을 조달하려면 숙소 마련 등에 추가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남북한 정부와 입주기업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업체,부담 늘어 수용 거부

북한의 이런 요구에 대해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남북한 합의로 현재 시행 중인 임금체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곧바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입주업체들은 북한이 제시한 고학력자의 기본급을 10~30% 인상하는 것만 따져도 전체 인건비가 4%가량 상승할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도급제까지 도입될 경우 임금인상률이 10%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특히 도급제 도입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북한이 요구한 도급제는 근로자들이 단순히 작업량만 늘리려는 결과를 초래해 불량률상승,품질저하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들에게 노동량을 배분하고 노동성과를 측정하기 쉽지 않아 근로자들과 분쟁을 겪을 우려도 존재한다"고 했다.

게다가 일단 고용한 근로자를 쉽사리 해고하거나 보직 변경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도급제부터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도 인건비 증가요인 많아

입주기업들은 현재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출하는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의류업체 신원 관계자는 "처음 입주할 때는 근로자 1인당 57.5달러의 임금만 소요될 것으로 계산했으나 입주하고 보니 출퇴근교통비 부식비 간식비 명절상여금 장려금 등 추가로 들어가는 돈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출입국도 자유롭지 않고 인사권도 없는 상태"라며 "이 같은 불합리한 경영환경은 개선하지 않은 채 우회적으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개성공단에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남북한이 동의한 상태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면 업체들이 부담감을 느낄 수 있어 북측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