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음료의 대표적 탄산음료인 '써니텐'.작년 한 해만 470억원어치(9000만병) 팔리는 등 1975년 선보인 이래 200억여병이 팔려나간 이 음료가 최근 33년 만에 작은 변신을 했다.

주황색(오렌지맛) 단일 제품으로 시작해 포도맛,사과맛,파인애플맛 등 네 가지 형태로 생산되고 있는 이 제품에 그동안 사용해온 인공색소를 천연색소로 바꾼 것.

국내 제과·음료시장에서 '인공(식용) 색소'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 식품 관련 법규에는 식용색소 사용을 인정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식용색소를 아예 쓰지 않거나 천연색소로 대체하는 식음료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

해태음료는 지난 1월부터 써니텐 외에도 120여개 모든 제품에서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인공색소를 아예 쓰지 않거나 천연색소로 대체하는 데 든 비용은 40억여원.해태음료는 가장 먼저 작년 8월 어린이음료인 '헬로 팬돌이'의 첨가물을 무색소로 바꿨다.

지난 1월 써니텐의 첨가물을 적양배추색소(천연색소)로 바꾸면서 모든 제품에서 식용색소를 몰아냈다.

대신 매달 10억원 이상 팔리고 있는 '헬로 팬돌이'의 제품 용기를 파랑·분홍색의 유색 페트병으로 교체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히야''뼈장군'에 천연색소를 쓰고 있다.

조승기 롯데칠성음료 홍보팀장은 "자체 브랜드는 식용색소의 사용을 자제하고 천연색소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펩시콜라 브랜드인 미란다 등은 천연색소 사용을 본사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코카콜라,조아제약 등도 식용색소를 쓰지 않거나 천연색소를 사용하는 제품을 늘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곰탱이''뽀로로',보령제약의 '방귀대장 뿡뿡이' 등도 식용색소를 뺀 천연색소 음료를 생산하고 있다.

코카콜라 '쿠우'와 조아제약의 '짱구는 튼튼해'는 천연색소로 색깔을 내고 있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과자업체도 작년 9월부터 인공색소 사용을 줄여 현재 과자제품의 80~100%,빙과류는 100% 천연색소로 교체했다.

추가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식음료업체들이 현행 법규에도 허용된 식용색소 사용을 자제하고 나선 데는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

안성근 롯데제과 홍보팀장은 "작년 한 해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져 식음료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졌다"며 "현행 법규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과자나 음료에 인공색소를 쓰는 기업이 아직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앞선 시도"라며 "최근 인공색소가 가미된 음료나 과자를 오랫동안 먹으면 미각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업계가 인공색소 사용을 자제하게 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