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이하 현지시각)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 버지니아 블랙스버그 소재 버지니아 공대(버지니아텍)에서 이날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 범인을 포함해 지금까지 3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경찰과 대학 당국이 밝혔다.

아시아계로 알려진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했으며 자세한 신원과 범행 동기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찰스 스티커 버지니아 공대 대학총장은 사건 직후 “대학이 최악의 비극에 휩싸인 날”이라며 “모두가 충격과 공포에 싸여 있다”고 비통해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오전 7시15분쯤(현지시간) 895명의 남녀 학생들이 기거하고 있는 캠퍼스 맞은편의 기숙사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에서 시작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인이 약 2시간 후 공학 강의동인 ‘노리스 홀’로 이동해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의실에서 20여명의 학생이 그때 사망했으며 사건이 발생한 뒤 대학측은 모든 수업을 취소하고 출입구를 폐쇄했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한인교포 학생에 따르면 “가죽 옷 차림에 권총 2자루를 들고 모자를 눌러 쓴 범인이 기숙사 건물에서 학생을 쏘아 죽인 뒤 한참 떨어진 공학부 건물 강의실로 걸어 들어가 학생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며 “범인은 아시아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한 것은 두번째로, 지난해 8월 개교기념일에 탈옥수가 교내로 숨어든 뒤 추적중이던 경찰관 한명을 총으로 쏘아 살해한 적이 있었다.

이날 사건으로 이 대학 대학원생 박창민씨(토목공학과 박사과정)가 가슴과 팔에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으나 비교적 경상이어서 이틀후면 퇴원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최악의 미국 대학 캠퍼스내 총기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1966년 텍사스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 구내에서 찰스 휘트먼이 총기를 난사해 15명이 죽고 31명이 부상했던 것이 지금까지 미국 대학 구내에서의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버지니아 공대는 워싱턴DC에서 남서쪽으로 390㎞ 떨어져 있으며 2만6000여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다.

버지니아 공대에는 한국계 교포 500여명과 한국인 유학생 500여명 등 한인 대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사건에서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영상이 성가를 나타냈다.

이날 참사의 끔찍한 상황을 짐작케 해주는 동영상이 이 학교 대학원생에 의해 생생하게 찍혀 CNN 등 주요 TV 뉴스 전파를 탄 것.

토목공학과 대학원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자말 알바구티라는 사건이 벌어지자 자신의 노키아 휴대전화 카메라로 20여 발의 총성과 진압을 위해 출동한 무장경찰의 현장 접근모습 등 긴박한 상황이 담긴 영상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사건 현장 중 한 곳인 공학부 강의실 건물 밖 주차장에서 찍은 이 영상의 화면은 비록 흔들리고 있지만 무장경찰이 주차장 주변을 지키고 있는 장면과 강의실 건물 쪽에서 "탕! 탕! 탕!"하고 연속으로 울려 퍼지는 총성을 고스란히 담아내 건물 안에서 총격 참사가 발생했음을 짐작케 했다.

알바구티는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는 학교 건물에 폭탄을 설치하겠다는 최근 협박과 관련한 조사가 벌어지는 것으로 짐작했으나 무장경찰이 지나가는 학생과 교직원에게 자세를 낮추고 즉시 대피할 것을 요청하는 것을 보고는 "훨씬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은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과 관련, 긴급대책반을 구성하고 현지에 영사를 급파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영사, 정무, 교육, 홍보 담당자 등으로 구성한 대책반이 가동에 들어갔으며 사건 현지에 최승현 영사와 행정 직원 등 2명을 급파했다”고 밝혔다.

권태면 주워싱턴 총영사는 “현지에 파견된 영사가 직접 상황을 파악하고 한인학생들과 대응책을 협의할 것”이라며 “향후 상황을 주시하며 적절한 대응책을 신속하게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총영사는 “아직까지는 한인 유학생 1명 외에 추가 사상자는 없다”며 “아시아계인 것으로 알려진 범인도 한국계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경닷컴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