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60의 동구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물을 길어다 따라주는 것 뿐.
그러나 세상에서 학교를 가장 좋아하는 동구는 특수학교로 쫓겨날 위기를 맞는다.
통닭집을 하는 아빠 진규(정진영)는 엄마없이도 밝게 자라준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을 위해 '무릎꿇고 매달리기' '반 친구들 치킨 먹이기' 등으로 '사투'를 벌인다.
박규태 감독은 '날아라 허동구'의 시사회에서 "폭력·욕설·흡연·불륜이 없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고 자신의 데뷔작을 소개했다.
실제로 냉엄한 현실과 대비되는 봄 햇살같은 영화다.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동구는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별다른 재능이 없는 천덕꾸러기.
학교에 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야구부에서도 영 신통찮다.
같은 반 친구들은 왕따시키기 일쑤고 선생님은 평균점수가 떨어진다며 시험도 못 치게 한다.
사실 '존재의 이유'인 물주전자를 빼앗기게 된 동구와 그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퇴출' 위기에 몰린 사회적 약자다.
아빠는 돈이 없어 세든 통닭집에서 쫓겨나야 되고,만년 꼴찌 야구부의 익살스러운 코치(권오중)도 시합에 지면 직장을 잃을 판이다.
영화는 동구 부자가 버거운 현실을 '힘들게' 이겨내는 걸 애써 강조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IQ 60 우리 아들 동구,초등학교만 무사히…'라는 소박한 꿈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함께 뿜어낸다.
동구가 마지막회 투아웃,투스트라이크에서 '날린' 기적적인 번트가 통렬한 역전 홈런보다 더 뭉클함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슴 저린' 아빠역의 정진영은 초등학생인 아들을 조퇴시켜서 시사회에 함께 참석할 만큼 이 영화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아들에게 보여주는 첫 영화라 그런지 긴장되네요."
동구역을 맡은 최우혁의 연기도 뛰어나다.
26일 개봉.전체.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