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스쿨' 얘기는 보도하지 말아주세요."

지난 15일 밤,기자의 휴대폰과 회사 전화는 모처로부터 걸려오는 부탁에 불이 날 정도였다.

노 대통령의 이름을 내건 대학원과 기념관 건립 추진 기사가 다음날짜 본지에 실린다는 소식이 취재과정에서 청와대에 알려져서다.

기사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다.

본지 보도로 인해 자칫 '노무현 스쿨'과 기념관 사업이 그르칠 수도 있다고 하소연하는 대목에선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미국의 케네디스쿨이나 일본의 정경의숙,싱가포르의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같은 정치인 양성 명문기관을 만든다는 취지에는 공감했기 때문이다.

공부 제대로 해서 훌륭한 정치를 펼칠 정치인을 양성하고자 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16일자 본지에 '노무현 스쿨'과 대통령 기념관 기사가 처음 보도되자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은 실망스러웠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기념관 건립은 인제대가 건의해서 협의하고 있지만,'노무현 스쿨'은 너무 앞서 나간 보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지가 보도한 노무현 대통령과 백낙환 인제대 이사장 등 관계자들의 지난 13일 밤 청와대 만찬도 인제대 측이 요청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의 요청으로 청와대 만찬을 가졌다는 부분은 궁색하게 들린다.

또 '너무 앞서 나간 보도'라고 설명한 것도 대학원을 설립하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청와대와 인제대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대학원 아이디어를 꺼낸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노무현 스쿨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시치미를 뗀 대목에선 쓴웃음이 나온다.

왜 청와대는 기념관 사업의 진척 상황만 시인하는 쪽으로 '초점 돌리기'에 나섰을까.

'노무현 스쿨' 사업이 조기 공론화돼 여론의 역풍을 맞을까봐 걱정돼서다.

서울에 '노무현 스쿨'을 만들 경우 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중앙무대에서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야당에 비쳐질 수 있다.

혹시 노 대통령 퇴임 후에 '노무현 스쿨'을 본격 추진할 때 지금의 해명에 더해 또다시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최규술 오피니언부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