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대출처가 없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주식매입자금 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부실 우려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주춤한 상황에서 주식 시장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식 외상 거래에 해당하는 '미수거래'가 다음 달부터 전면 금지됨에 따라 주식매입자금 대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저축은행들이 앞다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출 한도 올리며 고객 유혹

1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인천의 모아저축은행은 지난달 주식매입자금 대출 한도를 250%에서 300%로 올렸다. 증권 계좌에 1000만원이 있는 사람은 이 돈을 담보로 예전에 2500만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3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모아저축은행은 또 고객 보유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반대매매를 하게 되는 '최저 담보비율'을 130%에서 125%로 하향 조정했다. 예전에는 고객 주식의 가치가 대출금 3000만원의 130%에 해당하는 3900만원이 되면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했는데 이제는 3000만원의 125%인 3750만원까지 주가가 떨어져야 반대매매를 한다는 얘기다. 고객 입장에서는 대출 회수 시기를 늦출 수 있어 좋지만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더 커지는 것이다.

경기도 평택저축은행과 안양저축은행은 주식매입자금 대출 한도를 최근 200%에서 300%로 올렸다. 경남의 경은저축은행과 전북 고려저축은행,제주 으뜸저축은행은 대출한도를 최대 500%까지 인정해 주고 있고 최저담보비율은 110%로까지 낮춰잡고 있다.


◆신규 진출 저축은행도 늘어

저축은행들이 주식매입자금 대출 조건을 완화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PF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증시가 살아났고 미수거래도 다음 달부터 전면 금지된 것도 주식매입 자금대출 영업을 강화하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수 거래는 고객이 위탁증거금만으로 주식을 사들인 후 결제일인 이틀 후까지 매수잔금을 납입하지 않은 거래로 많은 투자자들이 이를 통해 자기 자본보다 많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시장환경 변화를 반영해 주식매입자금 대출 영업에 나서는 저축은행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전북 전일저축은행과 부산 부민저축은행이 주식매입자금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고 대형 저축은행인 미래저축은행도 최근 들어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물론 주식매입자금대출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300%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이 되면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는 자산규모별 차등 규제를 통해 저축은행 업무 영역 규제를 점차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