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국내 615개 상장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8.1년으로 조사됐다. 1∼2년 만에 그만둔 사람을 제외하면 12년쯤 된다는 분석이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88곳의 직원 현황을 살핀 결과 대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1.7년(남성 12.2년,여성 7.3년)으로 나타났다.

만 26세에 처음 취업한다고 치면 38세께 일단 회사를 떠나게 된다는 얘기다. 시중에 떠도는 '삼팔선'(38세 퇴직)이 괜한 소문이나 겁주기용 엄포가 아닌 셈이다. 대기업 역시 입사 초기에 떠나는 사람을 빼고 계산하면 근속연수가 다소 늘어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첫 위기가 40세를 크게 넘어설 것 같지 않다.

서른여덟에서 마흔이면 보통은 과장,빨리 승진했으면 차장 정도다. 서른살 안팎에 결혼했어도 잘해야 첫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고,늦게 했으면 유치원생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같으면 애쓴 끝에 과장 직함도 달고 내집도 마련했으니 삶의 여유도 찾고 사원과 대리를 거느리는 즐거움도 누리면서 부장 승진을 향해 일로매진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과장에게 이런 생활은 어림도 없는 모양이다. 취업·경력 관리 포털 스카우트의 조사 결과 과장·차장급의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06년 대한민국 직장인 행복지수'에서도 과장급의 행복지수는 사원 대리 부장 임원 등 모든 직급 중 최하위였다.

동료 간에 인기는 괜찮지만 업무는 많고 권한은 적어 그렇다는 것이다. 잦은 야근과 성과 요구만 스트레스랴. 과장만 되면 임원은 몰라도 부장까진 진급하리라 믿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과장이래봤자 언제 자리를 내놔야 할지 모르는 판이다. 게다가 팀장이 아니면 일에서 사원과 다를 것도 없다.

일에 치이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나이는 먹고. 평생직장은 없으니 알아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간단한가. 다니는 직장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만 있으면 왜 자꾸 다른 곳을 기웃거릴까. '삼팔선 사오정'이 만드는 과장(課長) 스트레스의 사회적 손실을 측정하는 곳은 없는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