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가 겁나 아르바이트는 쓰지 않고 아내와 둘이서 12시간 교대로 일하는데,아침 9시가 교대 시간이에요. 밤새 일하고 아침에 교대할 때가 되면 축 늘어집니다. 아내와 대화할 시간마저 없는 거지요. 돈 벌이도 신통치 않습니다. 2002년 개업 당시 권리금,보증금,시설비 등으로 총 1억5000만원을 투자해 초기에는 한 달에 1000만원 정도 벌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현재 한 달에 400만원 버는 게 고작입니다. 여기서 월세 120만원,관리비 80만원,전용회선비 70만원,유료게임비 30만원 정도를 제외하면 한 달 순익이 100만원으로 생계비도 못 버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건강기능식품점이에요. PC방 절반을 막아 한쪽은 건강기능식품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이지요. 제 생각이 맞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컨설팅을 신청하게 됐어요. 조언을 부탁합니다.
■ 상권과 입지는
전형적인 동네상권 입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가 바로 뒤편으로 거여아파트 4,5단지와 동아아파트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단지 근린 상가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상가에 들어 있는 업종도 하나같이 근린 업종 중심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부동산중개업소,학원,떡집,김밥집,반찬점,서점 등이 상가 1,2층에 자리잡고 있지요.
이처럼 아파트단지 근린 상가에 있는 PC방은 언뜻 보면 확실한 수요가 뒷받침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입지가 괜찮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요.
그러나 동네상권의 자영업 시장은 대체로 경쟁이 치열한 편입니다.
할 수 있는 업종이 국한되기 때문이죠.따라서 조금만 업그레이드된 PC방이 나타나면 손님들은 그쪽으로 몰려갈 것입니다.
시설이 낙후된 편인 바롬PC방의 매출이 해마다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바롬PC방 주변 상가들은 도보로 7분 거리인 거여역 주변 상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지하철 출구 근처에서 물건을 사기 때문입니다.
거여아파트 4단지 인근 상가에서 자영업자들이 점차 빠져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거여아파트 4단지 인근 상가는 배후 수요에 비해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롬PC방이 개업하던 5년 전에는 경쟁 PC방이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경쟁점이 생기면서 매출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은 입지의 취약점 때문입니다.
■ 이 가게의 문제점은
매출 뚝 → 투자 부진 → 손님 감소 '악순화'
문) 이 가게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답) 우선 점주의 성향이나 의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게 컨설팅을 하다보면 공통된 문제는 점주의 역량으로 모아집니다.
가게를 교대로 지키는 부부 모두 장사 체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점주의 태도로 보아 PC방 사업을 접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은데,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PC방을 쉽게 포기하면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상권에서 경쟁자 없이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장사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시설 측면에서 PC방은 인테리어 사업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부를 휘황찬란하게 꾸미는 추세인 데 반해 바롬PC방은 마치 항구도시 선술집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어둡고 칙칙한 매장 내부와 낡은 시설은 고객들로 하여금 다시 방문할 생각이 달아나게 합니다.
PC방의 주 고객인 초·중·고생들의 취향과 전혀 맞지 않는 매장입니다.
장사가 잘 안돼 시설 투자 여력이 없고 이에 따라 손님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컨대 PC방 업계의 메이저급 브랜드 중 하나인 존앤존PC방의 경우 허브향과 휴식공간을 활용해 고객에게 게임 이상의 즐거움을 줌으로써 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잘 되는 PC방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최신 버전의 게임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경쟁력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롬PC방은 이미 PC방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게 입지가 2층이므로 할 수 있는 업종에 제약이 많습니다.
■ 개선 방안은
지금 입지선 피부관리ㆍ생활서비스점 제격
문) 건강식품전문점을 병행하는 방안은 어떨까요.
답) 점주가 하고 싶은 건강식품전문점은 지금 입지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식품전문점을 2층에서 한다는 것은 실패를 안고 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정관장 홍삼과 같은 브랜드는 2층에 점포를 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굳이 건강식품전문점을 하고 싶다면 가게를 이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식품전문점은 적어도 시계성이 뛰어난 입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또한 접근성도 탁월해야 합니다.
눈에 잘 띄고 가게에 가기 쉬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홍삼이나 건강원과 같은 건강식품전문점의 입지로는 배후에 5000세대 이상의 아파트단지가 있고,이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동선과 일치하는 도로변 1층 점포가 제격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 점포를 고집한다면 업종을 달리해야 합니다.
제안하고 싶은 업종은 에스테틱전문점과 생활서비스전문점입니다.
전자는 피부와 두피,비만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이며 후자는 청소대행,이사,베이비시터 파견 등 주민들의 생활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게입니다.
문제는 차별화입니다.
주부들이 한두 번 들러보고 "그저 그렇구나" 하는 가게로는 버티기 힘듭니다.
따라서 바르고 먹는 화장품과 피부관리 프로그램을 접목하는 한편 등고선 촬영 장비 등을 들여와 자세교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든가,부부 성 관련 강좌를 진행한다든가 해서 주부들이 틈나면 모일 수 있는 카페형 에스테틱 숍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화장품 바르고 피부 만져주고 대가를 챙기는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라 동네 주부들의 문화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는 말입니다.
생활서비스전문점은 고객층이 주로 주부들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필요한 각종 생활 서비스를 망라하는 가게가 돼야 합니다.
홈 클리닝,간병,파출부나 베이비시터 파견,욕실 및 싱크대 리모델링,홈패션 등을 주문받아 이를 전문가들에게 연결해주는 대행 사업입니다.
< 컨설팅에 참여한 전문가 >
●최재철 인크레비즈 대표
●서민교 맥세스FC실행컨설팅 대표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기영환 중기청 자영업지원팀장
●강창동 한경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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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 한경 공동 자영업 컨설팅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이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영업 무료 컨설팅' 사업을 공동 추진합니다.
고민 내용을 알려주시면 창업컨설턴트,변호사,회계사,상권분석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컨설팅 봉사단 자문위원들이 매장을 실사한 뒤 문제점을 진단,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상담 접수는 한경 창업센터(www.hankyung.com/changup, 02-514-4855)로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