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한국계 학생이라는 점이 밝혀지자 미국 내 한국 동포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그간 어렵게 쌓아온 미국 내 한국계 사회에 대한 인식과 성과에 엄청난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계 교민들에 대한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에선 한국 혐오증을 유발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용의자 조승희씨의 부모가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내 센터빌에 거주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약 2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워싱턴DC지역의 한인사회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일부 교민들은 이날 범인의 신원과 난사 동기가 드러나자 영어교실,취미생활 강좌 등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서 자녀들의 안전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민 김모씨는 "부끄럽고 참담하다.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겠느냐"며 "애들의 학교 생활과 방과 후 생활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건 발생 초기만 하더라도 한국 교민사회는 "범행 용의자가 중국계"라는 시카고 선타임스 등 현지 언론의 보도를 접하고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이승우 버지니아대 한인학생회장은 사건 발생 직후 "아시아계로 알려진 범인이 한국인일 가능성은 아주 낮고 한국인 학생들이 총을 소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이 잇따라 "범인이 한국계"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손씨 성을 가진 한국교포가 행방불명 됐다" "범인이 왕씨다"라는 루머들도 난무했다.

하지만 용의자가 한국인임이 확인되자 교민들은 과거 로드니킹 사건 때처럼 한국인에 대한 보복성 테러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기 시작했다.

버지니아공대 한인학생회는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한국 학생의 안전을 위한 모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 모임을 통해 한국 학생들이 인종혐오적인 협박·폭행을 당하지 않도록 미리 손을 쓰는 동시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피해 사례를 모아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번 사건으로 교민사회뿐 아니라 한·미 관계 전반에도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미국 내 최대 규모인 한국 학생들의 추가 유학 문제,한·미 간 비자 면제 등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재원 이모씨는 "이번 사건과 핵문제로 미국과 대치해 온 '노스 코리아'의 이미지가 겹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최악이 될 수 있다"며 "본국의 외교부뿐만 아니라 관련 당국에서도 사안을 신중하게 보고 다각도로 해법을 강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자 면제 등의 한·미 간 현안이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블랙스버그=허원순 기자/송종현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