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음반에 힙합ㆍR&B 스타 대거 피처링 참여

바이브의 윤민수, MC 스나이퍼, 김조한, 조PD, 타이거 JK, 주석, 리쌍의 개리….

한국 힙합계와 R&B계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가수들이다.

자존심과 개성이 강하고 어울리는 집단 간의 경계가 뚜렷한 이들이기도 하다.

까다로운 입맛의 이들 스타 16명이 한 앨범에 참여해 화제다.

그것도 옴니버스 형식이나 헌정 앨범이 아니라 한 가수를 매개체로 화음을 맞춰 더욱 눈길을 끈다.

연결고리가 된 가수는 바로 래퍼 라이머(Rhymerㆍ30). 힙합 스타들은 그가 데뷔 후 11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음반 '브랜드 뉴 라이머(Brand New Rhymer)'에 피처링을 맡아 각 노래에 참여했다.

1996년 조&라이머로 가요계에 데뷔한 후 크로스(Kross) 1, 2집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라이머는 가요계의 대표적인 마당발로 통한다.

'미스터 빅 대디'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수많은 동료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며 지-마스타(G-Masta), 더 노트(The Note) 등의 음반을 직접 제작했다.

엔젤(Enjel) 1집, 팝핀현준 1집을 비롯해 다양한 O.S.T 음반을 프로듀싱했고, 이효리 크래쉬 이현도 조PD 신화 아이비 등 최고 가수들의 음반에도 참여하는 등 무려 150여 장의 앨범에 제작이나 래퍼 등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SBS TV '생방송 TV 연예' 등을 통해 방송인으로도 '끼'를 펼쳐보였다.

이 같은 그의 실력, 경력, 인맥이 이번 솔로 앨범에 응축돼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11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많은 인프라가 생겼어요.

내가 아는 한 각 분야의 최고 뮤지션이 저를 매개로 하나가 될 수 있게끔 함께 작업했습니다.

사실 큰 모험이지만 이런 것을 컨트롤할 자부심도 있었어요.

제 앨범을 통해 한국 음악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싶었죠. 가사는 서울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한 남자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타이틀곡은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윤민수가 참여한 '그녀가 없다'. 윤민수가 작곡 및 프로듀싱을 맡은 이 곡은 강한 멜로디와 애절한 보컬이 오케스트라 연주와 어우러진다.

이 곡 외에 김진표와 개리가 피처링한 '서른 즈음에'를 비롯해 MC 스나이퍼, 조PD, 타이거 JK 등이 처음으로 함께 피처링에 참여한 '4 C.E.O' 등은 명확한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이다.

음악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면이 많이 부각됐다.

지나치게 대중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라이머는 딱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미국 래퍼가 시도한 음악을 더 멋있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사실은 미국 시장에서는 '대중음악'입니다.

미국 대중이 클럽 비트와 랩송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곳 래퍼는 그들의 감성에 맞춰 음악을 만든 것이죠. 저는 대한민국에서 음반을 냅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정서가 있죠. 미국 음악을 흉내내지 않고 우리 대중이 공감할 수 있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또 앨범에는 개그맨 서경석도 참여했다.

'생방송 TV 연예'의 MC인 서경석이 방송에서 라이머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태로 앨범의 한 트랙을 차지했다.

"경석 형은 음악 외적인 많은 것을 저에게 가르쳐줬어요.

제가 '생방송 TV 연예'에 출연한 인연으로 앨범 참여를 부탁했죠. '노래도 해야 하나'는 말에 '그냥 이야기만 해 달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이처럼 능력과 네트워크가 출중한 그의 솔로 음반 발매가 늦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앨범을 낼 수는 있었죠. 하지만 저보다 뛰어난 후배 뮤지션들이 많아 프로듀서 입장에서 그들을 주목받게 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컸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최근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악도 있을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내 나이에 담아내고 토해낼 이야기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음반 제작자와 프로듀서 외에 그는 IT솔루션 일도 했고, 게임음악 제작도 하며 자동차 튜닝업체인 어울림모터스의 이사(LAP3 분야)로도 재직 중이다.

"일 욕심이 많아서 바쁜 것을 즐겨요.

일부러 일을 가져와서 만드는 스타일입니다.

사실 음악만 하는 사람들은 둥글게 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저는 다양한 일을 하면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후배들에게 다양한 조언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