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밀이 샌다] (4) 보이지 않는 위협 '해킹'...공공기관 해킹시도 하루 1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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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 차례 중국 등 해외 해커들로부터 공격당합니다.온라인 게임 프로그램 소스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이지요."
임채호 NHN 보안실장은 "게임 프로그램 해킹을 위한 악성코드가 1년에 1000개씩 만들어지고 온라인 게임 해킹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만 연간 최소 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외국 해커들의 공격은 일상화돼 있다"며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선 매일 숨막히는 해킹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해커들은 잘 깔린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활용,국가·산업기밀과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고 정부와 기업들은 어떻게든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행정자치부 전자정보본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만 하루에 100건가량 일어난다.
한국은 해킹 경유지로도 유명하다.
2005년 미 정부가 자국 내 방산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1급 기밀을 조직적으로 빼낸 중국 연계 대규모 해커집단 타이탄 레인(Titan Rain)이 한국에 위장 서버를 은닉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최근 국내에서 일어나는 해킹사건을 보면 단순 실력 과시용일 때도 있지만 전문 해커가 산업기밀이나 개인 금융정보 등을 수집,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자연히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공기관 및 기업,개인 등이 해킹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건수는 모두 2만6808건으로 2005년(2만3019건)에 비해 3000건 이상 증가했다.
기업에 대한 해킹 시도는 3690건,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은 714건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지난 3월까지도 전체 6594건(기업 864건,공공기관 102건)이 신고된 상태여서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최중섭 정보보호진흥원 해킹대응팀장은 "숫자로 나타난 것은 말그대로 신고된 것일 뿐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얼마나 될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해킹을 통한 기밀 유출사건을 적발한 사례는 2003년 이후 지금까지 2건 정도다.
해커를 동원,기밀을 빼낸 뒤 고성능 셋톱박스(위성방송수신기)를 만들어 수출하다 지난해 7월 검찰에 덜미가 잡힌 사건이 대표적이다.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등 4명은 남의 기술을 도용해 만든 셋톱박스를 외국에 팔면서 해킹을 통해 확보한 유럽 등의 유료 위성방송 암호를 제품 구입자에게 불법으로 제공하다 붙잡혔다.
이들은 해킹을 위해 외국인 해커를 고용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은 해킹으로 인해 피해입은 사실을 외부로 드러내기를 무척 꺼린다는 점에서 보안이 취약한 중소기업 등의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보안 전문가들도 중소기업은 지속적으로 전산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는 대기업과 달리 대부분 보안 상태가 허술하기 때문에 전문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시스템이 뚫릴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모의 점검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공인 IP(Internet Protocol) 주소를 사내의 모든 PC 및 파일서버에 사용하면서 공유폴더 접근권을 제한하지 않은 A사의 경우 외부인이 임의로 사내 네트워크에 들어가 재정 및 영업정보를 쉽게 유출할 수 있었다.
또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하면서도 사용자 인증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은 B사에서는 사무실 근처에서 기술자료를 통째로 빼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무선 인터넷이 되는 노트북을 갖고 서울 테헤란로 등에 가보면 보안이 허술한 무선랜 AP(Access Point)가 잡히면서 클릭만 하면 회사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봇(Bot) 트로이전(Trojan) 등 범람하는 악성코드는 또 다른 위협이다.
이들은 사용자 몰래 PC에 숨어 각종 정보를 수집한 뒤 해커에게 전송하는 프로그램이다.
보안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PC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악성코드에 감염된 뒤 해커의 조종에 따라 회사기밀을 외부로 유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초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봇 등으로 수백만대의 PC를 조정해서 벌이는 사이버범죄가 인터넷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보호진흥원 분석으로는 봇에 감염된 전 세계 PC(1억대로 추산)의 11% 정도가 한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중섭 정보보호진흥원 팀장은 "수시로 보안 프로그램을 점검하지 않는 PC에 있는 정보는 나 아닌 다른 사용자(해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부=김수언/주용석/류시훈 기자 indep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