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고주파 통신부품 개발ㆍ제조업체의 전 대표이사 등 간부들이 회사를 매각한 후 정작 핵심 기술은 전부 빼돌린 사실이 검찰에 적발됨에 따라 기업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칩 제조업체의 전직 간부 등이 설계 및 양산기술을 빼내 그 복제품 생산을 중국에 위탁하려 한 사례가 적발된 데 이어 또다시 군사기밀급에 속하는 군수용 통신부품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뻔해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검찰은 18일 통신부품 A사의 전 대표이사 조모씨와 해외영업차장 유모씨 등이 각자 방대한 기술도면 및 영업비밀 자료를 개별적으로 빼낸 후 자신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등에 저장했다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USB 메모리스틱과 별도의 대용량 외장하드에 일괄저장해 복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제영 서울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은 "이 과정에서 조모씨 등은 각자 개별 컴퓨터에 있던 파일을 삭제했지만 검찰이 이를 복구ㆍ분석한 결과 A사의 비밀자료임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핵심 기술도면 이외에도 가격정보,원가분석자료,경영자료,해외 각 업체를 상대로 한 판매 제안서 등 무단복제와 복사,반출이 금지된 거의 모든 기업자료가 총망라됐다.

특히 조모씨 등은 핵심 기술을 유출시킨 후 2005년 9월 B사를 설립하고 A사와 동일한 제품을 생산,미국과 캐나다로 수출하면서 올해 초까지 10억여 원어치의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A사가 군사용 통신부품 등을 유력 방위산업체인 D사에 공급해 온 것과 관련,조씨 등이 육군용 발칸포 레이더,대잠수함 공격용 헬기,항공기용 전자전 장비,함대함 유도탄 등에 내장되는 주요 통신부품 8종의 기술도면도 파일형태로 빼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다행히 유출된 군수용 제품 도면은 압수ㆍ수색시 전량 회수해 해외유출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A사의 피해액이 기술개발비 13억원과 B사로 인해 향후 5년간 예상되는 별도의 판매 피해액 395억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들이 빼낸 군사용 통신부품 기술도면이 해상도가 높은 파일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오래 전에 제정된 군사기밀보호법이 국방부의 '기밀' 직인이 찍힌 종이 도면만을 군사기밀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번 사건에 관련 법을 적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