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에 좋은 징조를 주는 일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달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했고 엊그제는 인천이 2014년 아시안게임을 따냈다. 이달 초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합치면 국제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이벤트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나 해당 지자체들이 '각자' 필요에 의해서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중요한 사건들이다. 우리의 국운(國運)이 이제 본격적으로 상승기조를 타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해도 좋을 실마리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변화가 1을 대입하면 1이 늘어나는 직선형 공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대개의 경우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일정한 에너지가 쌓일 때까지는 지리할 정도로 서서히 변하다가 어느 순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리한 횡보가 계속돼다 완전히 다른 변화의 곡선(S곡선)을 타고 폭발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그 시점을 변곡점 혹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부른다.

과학적인 현상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변곡점은 분명히 있다. 1년에 8만대 팔리던 팩시밀리가 1987년에 변곡점을 맞아 한해 100만대를 팔며 이후 사무기기의 총아가 됐다. 허시파피 신발도 한 해 평균 3만켤레 정도 팔리다가 1995년 한 해에만 43만 켤레를 팔 정도로 갑자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제 우리나라의 국운에도 변곡점이 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구조조정과 혁신을 해오면서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쌓였기 때문이다. 그 에너지가 대외적인 브랜드 및 영향력 상승으로 이어져 대구,인천 등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평창),2012년 국제박람회(여수) 등의 유치가 성공을 거두고 한·미 FTA가 비준돼 본격적으로 발효되면 우리 국운의 곡선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분위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숫자도 장밋빛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FTA 체결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은 단기적으로 29억달러,중장기적으로는 135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장기적으로 19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세계육상대회의 경우도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대구경북연구원)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변곡점을 가로막을 위험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한·미 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고 6자회담의 분위기가 북한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다시 나빠지고 있다.

거기다 엊그제 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한인 1.5세의 총기 난사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런 요인들로 티핑 포인트가 밀리게 되면 고개를 들던 성장세가 단번에 꺾일 수도 있다.

국운도 분위기와 일반 심리를 탄다. 변곡점을 당기느냐 늦추느냐도 결국 리더십에 달려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망이 확실하게 있을 때 작은 걸림돌은 쉽게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운 상승의 대운을 잡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만들고 다듬는 데 대선주자들이 정성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

♥♥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