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사건의 실타래가 하나 둘씩 풀려 나가나 보다.

'철저한 외톨이'로 궁금증을 증폭시키던 범인 조승희씨가 미 NBC방송에 보낸 소포물은 그의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되고 있다.

NBC는 적어도 범행 6일 전에 우편물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수사당국은 이것을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NBC가 18일(현지시간) 일부 공개한 조승희의 소포는 선언문(manifesto) 성격의 발표문을 읽는 동영상과 43장의 사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 수사 당국과 언론은 그간 논란이 있었던 조승희의 범행 동기 등과 관련, 이번 소포에 담긴 내용들을 통해 사건 수사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조씨는 검정 조끼에 야구모자를 쓰거나 흰 셔츠를 입는 등 다양한 옷차림을 보였다. NBC는 적어도 범행 6일 전에 우편물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이외에도 자신의 모습을 담은 29장의 사진을 동봉했다. 2장의 사진은 밝게 웃고 있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을 담고 있으나 나머지 11장의 사진은 총을 들고 카메라는 응시하는 등 범행 전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조씨가 칼을 들고 있거나 탁자 위에 총알이 늘어져 있는 것도 있었다.

NBC에 따르면 우편물 발송 시간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월요일 오전 9시1분으로 되어 있다.

NBC는 "조씨가 1차 총격과 2차 총격 사이에서 이 우편물을 발송한 것으로 보이지만 누가 이 우편물을 발송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시간은 조씨가 기숙사에서 여자친구 등 2명을 살해하고 45분 가량이 지난 시간으로, 조씨가 2차 범행 전 우편물을 발송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버지니아주 경찰 당국자는 "글과 영상들이 담긴 이 우편물이 이번 수사에서 아주 새롭고 중대한 단서일 수 있다"며 "지금 이의 가치를 분석, 평가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소포에 담긴 동영상 발표문은 1800개 단어 분량의 길이로 사회에 대한 강렬한 분노와 적개심을 담고 있다.

그는 “당신들은 오늘과 같은 일을 막을 기회가 천 억 번은 있었다. 그러나 당신들은 내가 피를 흘리도록 결정했다. 당신들이 나를 이렇게 구석으로 몰아넣고 한 가지 일만을 하도록 만들었다”며 “선택은 당신들이 내린 것이다. 당신들은 결코 씻을 수 없는 피를 손에 묻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자들에 대해서도 강한 원한을 드러냈다.

“당신들은 산 채로 몸에 불이 붙는 느낌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욕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라며 “당신들은 원하는 건 모두 갖고 있다. 그러나 당신들은 벤츠, 보드카와 꼬냑, 신탁 펀드, 그 모든 방탕들로도 충분하다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영상에서 조승희의 목소리는 때로는 부드럽다가도 때로는 과격하게 변한다. 43장의 사진 중 처음 2장만 웃는 얼굴이고 나머지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권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 테이블 위에 총알을 늘여놓은 모습 등을 보여주고 있다.

NBC는 동영상 등에서 옷차림과 배경이 제각각이며 동영상 파일을 편집하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해보면 조승희가 최소한 범행 6일 전부터 이 소포의 내용물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캐퍼스 회장은 "NBC방송의 주소와 우편 코드가 잘못 적힌 바람에 우편물이 더 늦게 도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가 정확한 주소와 코드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포에는 지난 16일 오전 9시 1분 버지니아 공대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다. 조씨가 기숙사에서 여자 친구와 사감 등 2명을 살해한 뒤 1시간45분 뒤의 일로 그가 첫번째와 두번째 총격 사이 2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짐작케 한다.

버지니아 주 경찰의 스티븐 플래허티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소포와 관련, “이번 사건 수사에 새로이 등장한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며 “현재 수사 당국은 이것을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전문

시간이 됐다. 거사는 오늘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오늘과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는 천억 만 번의 기회가 있었다.

내게 피를 흘리게 하고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으며 결국 내가 이 선택밖에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네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었고 판단은 네가 했다.

이제 네 손에는 씻을 수 없는 피가 묻을 것이다.

너희는 나를 괴롭히면서 즐거워했다.

너희의 즐거움을 위해 나는 머리에 암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아팠으며 심장은 갈갈이 찢어졌고 아직도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떠날 수도 있었다. 날아서 도망갈 걸 그랬다.

하지만 아니… 난 도망가지 않았다.

희생당한 나와 내 아이들과 내 형제 자매들을 위해서 나는 거사를 치룰 것이다.

나쁜 십XX들! 너희는 내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영혼을 파괴했고 의식을 불태웠다.

너희들이 제거하는 인물이 너희처럼 불쌍하고 하찮은 소년이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런 너희들에게 고맙게도 나는 앞으로 오랫동안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예수님처럼 죽는다.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

목구멍으로 쓰레기를 넘기는 기분, 자기 무덤을 파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

양쪽 귀까지 입을 찢기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

산채로 불에 타 죽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

모욕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기분은 알아?

보는 사람의 재미를 위해 피를 쏟으며 죽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아?

단지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너희는 얼마나 많았던지.

벤츠 자동차로도 부족했어? 이 새끼들아!

금목걸이가 부족했냐? 이 속물들아!

보드카와 꼬냑으로도 부족했냐?

넌 모든 걸 가지고 있었어.

[출처 : 다음 TV팟]


[ 한경닷컴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