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저지주에서도 학군이 좋다는 버겐카운티 크레스킬에 거주하는 김모군(11). 아빠와 헤어져 엄마 동생과 함께 작년 8월 미국에 온 기러기 가족이다.

의사인 엄마가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ar) 자격을 얻은 덕분에 크레스킬의 공립 학교인 브라이언스쿨 6학년에 다닌다.

김군은 오전 8시까지 학교에 가서 오후 3시15분 수업을 마친다.

학교가 끝나면 한인이 운영하는 학원 차가 그를 기다린다.

곧바로 학원에 가서 오후 5시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공부한다.

과목은 영어.미국인 교사가 학교 숙제를 봐 주고 읽기와 쓰기를 지도한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일주일에 두 번은 개인 교사가 집으로 찾아온다.

한 번은 클라리넷을 배우고 다른 한 번은 수학을 배운다.

클라리넷은 미국 학교용이다.

한 가지 이상의 특기를 중시하는 미국 학교에 적응하려면 악기를 배워야 한다.

수학은 국내용이다.

조만간 한국에 돌아갈 예정인 김군으로선 수학이 가장 걱정이다.

개인 교습까지 마치면 저녁 9시다.

이때부터 한 시간가량은 컴퓨터 등을 하며 개인 시간을 갖는다.

개인 교사가 오지 않는 날이면 엄마가 내 주는 별도의 숙제를 해야 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보통 오후 10시.이런 생활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된다.

김군은 한국에서 전교 어린이 부회장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었다.

자신의 영어 공부를 위해 부모님이 고생하는 걸 잘 안다.

촘촘히 짜인 일과도 자신을 위한 것이란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해하는 것과 이행하는 것은 다르다.

학교에 가면 왠지 짜증이 난다.

친구들에 비해 영어가 달려 쉽게 입이 열리지 않는다.

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읽기와 쓰기를 강조하는 학원 진도를 따라가자니 벅차다.

김군은 "학교 생활은 한국보다 훨씬 재미있지만 영어가 달리다 보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김군처럼 고민을 안고 있는 기러기 학생이 지금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지엔 부지기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