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조선통신사와 한ㆍ일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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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창경궁에서는 조선통신사 3사(三使·정사 부사 종사관) 임명식이 재현됐다. 조선과 일본 간 문물 교류의 전도사였던 조선통신사 파견 40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이다. 다음 달에는 부산에서 출항식이 열릴 예정이고 일본 또한 적지 않은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양국 교류사에서 조선통신사가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을 기준으로 이전 8차례,이후 12차례 일본을 왕래했다. 그런데도 임란 이후인 1607년을 공식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그때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사절단이 일본을 찾았던 까닭이다. 후기 통신사의 방일(訪日)은 1811년까지 약 200년 동안 계속됐고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었다.
조선통신사는 일본의 요청에 의해 파견됐고 우리의 문화를 전해준 것도 사실이지만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풀기만 했다고 보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다산 정약용이 조선통신사를 통해 입수한 일본 서적을 보고 그 수준이 예상 이상으로 높아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점이 시사하듯 우리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다산조차 일본이 다시 조선을 침략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하니 우리를 과대평가하거나 아니면 일본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당시 보편화돼 있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안이함이 결국은 굴욕의 역사로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조선통신사는 외국과의 교류와 문화 개방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기념행사를 보며 한·일 FTA에 대한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그런 연유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환경을 감안하면 한·일 FTA 역시 조만간 체결돼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고 양국의 민간 경제인들이 참가하고 있는 한·일 경제협회는 한·일 FTA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업계가 정말 내심으로도 한·일 FTA의 조기 체결을 바라고 또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지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양국은 대단히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기계 부품 소재 산업 등을 중심으로 대일 무역적자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농업 부문 등을 희생타로 제조업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FTA 등과는 달리 제조업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한·일 FTA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한·일 FTA는 우리 제조업의 저력을 시험하는 본격 실험대가 될 게 틀림없고,우리 기업들이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제조업도 이제는 노사화합 문화를 다지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위기의식을 갖고 각오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조선통신사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고도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상대를 업신여기다 못 볼 꼴을 당했던 것 같은 행태는 다시는 반복돼선 안될 일이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을 기준으로 이전 8차례,이후 12차례 일본을 왕래했다. 그런데도 임란 이후인 1607년을 공식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그때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사절단이 일본을 찾았던 까닭이다. 후기 통신사의 방일(訪日)은 1811년까지 약 200년 동안 계속됐고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었다.
조선통신사는 일본의 요청에 의해 파견됐고 우리의 문화를 전해준 것도 사실이지만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풀기만 했다고 보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다산 정약용이 조선통신사를 통해 입수한 일본 서적을 보고 그 수준이 예상 이상으로 높아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점이 시사하듯 우리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다산조차 일본이 다시 조선을 침략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하니 우리를 과대평가하거나 아니면 일본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당시 보편화돼 있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안이함이 결국은 굴욕의 역사로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조선통신사는 외국과의 교류와 문화 개방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기념행사를 보며 한·일 FTA에 대한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그런 연유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환경을 감안하면 한·일 FTA 역시 조만간 체결돼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고 양국의 민간 경제인들이 참가하고 있는 한·일 경제협회는 한·일 FTA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업계가 정말 내심으로도 한·일 FTA의 조기 체결을 바라고 또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지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양국은 대단히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기계 부품 소재 산업 등을 중심으로 대일 무역적자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농업 부문 등을 희생타로 제조업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FTA 등과는 달리 제조업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한·일 FTA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한·일 FTA는 우리 제조업의 저력을 시험하는 본격 실험대가 될 게 틀림없고,우리 기업들이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제조업도 이제는 노사화합 문화를 다지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위기의식을 갖고 각오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조선통신사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고도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상대를 업신여기다 못 볼 꼴을 당했던 것 같은 행태는 다시는 반복돼선 안될 일이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