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4ㆍ25 재ㆍ보궐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19일 나란히 전남 무안을 찾았다. 두 사람은 그러나 당 지도부가 요청했던 합동유세는 고사하고 단순 조우조차 피하는 모습을 보여 양 주자 간 신경전의 강도를 실감케 했다.

유세는 무안읍 교촌리에 있는 5일 장터에서 진행됐다. 먼저 등장한 쪽은 전날부터 호남에 내려와 있던 이 전 시장. 오전 10시께부터 시작된 유세에서 이 전 시장은 "호남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잘 살게 된다. 전남이 발전하면 영호남 갈등이 없다. 나는 일생 동안 일하며 나라경제를 살리는 데 한몫했다"며 경제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전 시장이 유세장을 떠나고 20분이 지나자 이번엔 박 전 대표가 수십명의 지지자들을 이끌고 유세장을 찾았다. 마치 '만나지 말자'고 약속이라도 한 듯 이 전 시장이 사라진 반대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이제 경제를 살리는 것도,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도 모두 부패하지 않고 능력있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등 검증논란에 휘말린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공동유세가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도 양측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전 시장 측은 "우리는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합동유세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박 전 대표 측에서 극구 이를 피했다"고 주장했고,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이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박 전 대표와 고의로 '겹치기' 출연을 함으로써 표를 뺏으려 한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이날 호남에서 열린 한나라당 후보 유세로는 드물게 500여명의 청중들이 몰려들어 지지율 1,2위 대권주자들의 대중 흡인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이날 유세는 민주당 김홍업 후보의 선거운동사무실 앞에서 열렸고,당초 박 전 대표와 같은 시간에 유세를 벌일 예정이었던 김 후보는 10분가량 유세를 연기해 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