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기 참사 이후 사흘을 맞으면서 한국 측의 과다한 대응은 오히려 미국 사회에 한국 책임을 부각시키고 한인동포에 대한 혐오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기류에 정통한 미국의 한 한국통은 " 미국내 '반(反)외국인 감정'은 미 독립기념일 이후부터 있어왔고 이번 사건도 한국이 우리에게 저지른 참사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한국정부가 공식 사과같은 것을 표명하는 것은 '한국이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도 조씨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부각하기보다는 1차 범행 후 대학 측의 늑장 대처와 총기 남용 문제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미국 내 아시아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인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협회(AAJA)'는 이번 사건을 두고 확실한 근거 없이 인종차별적인 보도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지금까지 버지니아텍 사건과 관련해 범인이 인종적인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며 "인종 문제를 거론했을 때 파급될 악영향은 매우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 단체들도 민족이나 국가를 부각시키지 않고 대응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19일 국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touchfoist'라는 네티즌은 "범인이 한국인이기에 미안한 감정과 부끄러운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호들갑스럽게 대처할수록 미국 언론의 표적이 된다"는 의견을 달았다.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facebook'의 한 추모게시판에서 스스로를 한인이라고 밝힌 'MJ Kim'이라는 네티즌도 "이번 사건에서 조승희가 어느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사람들은 이번 사건 때문에 한국인 또는 아시아인에게 분노를 표하는 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