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까지 피해가면서 장기 페이스로 끌고 갈 정도로 주가 조작 수법이 대담·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루보의 다단계 주식 불공정거래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시장의 주가 조작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금융당국의 감시 시스템마저 무력화시키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자금 모집과 '치고 빠지기' 전략 등에서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부거래를 이용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법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감시시스템을 간파해 주가를 수개월에 걸쳐 끌어올릴 정도로 치밀해졌다"고 말했다.

◆주가 조작 백태

올 들어 하루에 1개꼴로 코스닥업체의 주인이 바뀌면서 주가 조작 세력의 활동 공간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19일 현재까지 최대주주가 바뀐 코스닥 상장사는 13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0% 늘었다.

주가 조작 수법도 전통적 통정매매에서 신종 다단계 피라미드까지 다양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한계기업의 사채자금을 활용한 시세 조종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A사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 사채를 빌려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 통정 가장매매 허수매수주문을 통해 주가를 한 달 새 50%나 끌어올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우회상장도 주가 조작에 활용되고 있다.

비상장사인 B사 대주주는 코스닥업체와 영업 양·수도를 통해 우회상장한 후 고수익을 미끼로 사채업자를 끌어들여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가 참여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원활히 하기 위해 고가 매수 주문,종가관여 주문 등을 통해 995원이던 주가를 1665원까지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적발됐다.

퇴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생존형' 주가 조작 사례도 나오고 있다.

C사 대표는 액면가 미달로 퇴출 위기에 몰리자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2개 계좌를 이용,상대 호가 대비 고가 매수 주문 등을 통해 주가를 2600원까지 끌어올린 혐의로 검찰로 고발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적 주가 조작 수법은 다단계 피라미드식에 비하면 '애교'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루보 사례에서 적발된 다단계 주가 조작은 1번 투자자가 2,3번을 물어오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는 신종 수법이다.

특정 수익률까지 주가가 오르면 중간에 처분해 배당금을 지급,투자자들이 끊임없이 꼬여들게 유혹했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개인투자자 계좌를 활용,금융당국의 계좌 간 연계성 파악을 어렵게 만들어 장기 시세 조종까지 가능했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식 주가 조작이다.

◆불공정거래 종목 색출법

인위적 주가 조작 종목은 설령 혐의가 있더라도 조사에서 조치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투자자 스스로 사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데도 각종 재료를 앞세워 급등하는 종목과 거래소가 '이상급등' 및 '투자유의'로 지정한 종목에 대해선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매매 패턴에 이상 흐름을 보이는 종목이 경계 대상이다.

매매 거래를 유인하거나 보유 물량을 고가에 처분할 목적으로 매매 체결 가능성이 낮은 호가에 대량 물량으로 내놓은 뒤 취소 정정을 반복한 종목은 인위적 시세 조종 가능성이 높다.

보통주와 가격 차가 크면서 유동성이 낮은 우선주가 급등하는 종목도 경계해야 한다.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매매가 이뤄지거나 연속 상한가 형성 종목에 대량의 상한가 호가를 제출,연속적인 주가 급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감시 대상으로 꼽힌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