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진범은 미국의 느슨한 총기 규제라는 지적이 많지만 총기 규제 강화가 대선 이슈로 부각해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총기 보유를 옹호하는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의 정치적 파워가 워낙 거세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가 사그라들곤 했다며 이번에도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총은 약 2억자루. 농촌과 보수 지역에서 총기 옹호가 강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에서 총기 옹호론은 '삶의 문제'이고 총기 규제론은 '정치적 의사표시'여서 늘 옹호론이 이겼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조씨 사건을 계기로 일부 의원이 총기 규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1871년 설립된 NRA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버지니아주에 본부를 두고 있다. 그 어느 주보다 총기 소유에 온정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NRA를 축으로 한 총기 보유 옹호 로비단체가 낸 정치 자금은 반대편이 낸 자금의 33배에 달할 정도로 로비력이 막강하다. NRA의 총 회원은 420만여명이다.

NRA는 1949년부터 미주 지역에서 사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현재 미국 43개 주와 캐나다 3개 주에서 4만여명의 젊은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한때 영화 배우 찰턴 헤스턴이 회장을 맡기도 했다.

버지니아공대는 학교경찰 외에는 교내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누군가가 총을 소유하고 있었더라면 조씨의 두 번째 범행은 막았을지 모른다고 지적할 정도로 이 지역의 총기 옹호 분위기는 높다.

이들은 지난 2월에 유타주 솔트레이크시 트롤리 스퀘어 쇼핑 몰에서 있었던 총기 사고를 예로 든다. 쇼핑몰은 총기 보유 금지 구역으로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지만 한 청년이 쇼핑 나온 시민들에게 총격을 시작했다. 5명째 쓰러진 후 비번이던 경찰이 소지하고 있던 총으로 제압,추가 사망자를 막았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그 경찰이 총기 소유 금지규정을 곧이곧대로 지켰더라면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 모른다며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론을 내세워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