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TOEFL)대란의 여파로 외국어고에 이어 대학들도 입시전형에서 토플을 제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토플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고려대가 최근 2009학년 대입부터 토플 전형 폐지방침을 밝힌 데 이어 중앙대 건국대 인하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토플 시험 주관사인 미국 교육평가원(ETS)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외고 교장 모임인 전국외고교장장학협의회도 20일 외고 입시전형에서 토플을 제외할지 여부를 최종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주요 외고들에 따르면 토플을 포기할 계획인 학교가 많아 '토플 제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유재희 외고교장협회장이 교장을 맡고 있는 과천외고의 한 관계자는 "토플 대란으로 수험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해 토플을 전형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플을 텝스와 같은 다른 어학시험으로 대체할지 여부,교육당국의 주장대로 내신을 확대할지 여부 등과 관련해서는 의견조율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토플 대란과 관련해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생이 교육과정과 동떨어진 토플 성적을 가지고 평가받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토플 등 난이도 높은 어학시험을 입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입장을 실제 외고의 입시안에 대해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전달한 상태다.

한 외국어고 관계자는 "외고들이 정면으로 정부방침을 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교육부가 반영비중을 높이기를 요구하는 내신만으로는 어학 인재를 선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2009학년도 입시안 확정 전까지 토플 외의 대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고들이 토플 제외의 대가로 구술·면접시험 때 수학·과학문제를 출제하지 못하게 하는 등 기존에 교육당국이 발표한 외고 입시개선안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입시 전형에서 토플을 제외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고려대에 이어 한양대 인하대 한국외대 등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광의 최규호 변호사는 ETS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신고서가 접수되는 대로 신고사건 절차에 따라 담당부서를 배정하고 예비검토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추후 공정위의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이 같은 국내 움직임을 의식한 듯 21일 ETS의 폴 램지 수석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토플 대란에 대한 대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ETS의 한국 측 홍보대행사인 에델만에 따르면 한국 내에서 토플시험을 치를 수 있는 시험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뼈대로 한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영어교육업계 관계자는 "토플 대란 초기에 대응하지 못해 교육당국과 여론에 '반(反) ETS 정서'가 형성됐다"며 "외고들이 토플시험을 제외하는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고객들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