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 여인들이 소에게 먹일 풀을 한가득 머리에 이고 길을 가고 있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따라 산골 아낙들의 고단한 하루도 넘어간다.

무거운 짐 지고 석양을 바라보며 여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정성스럽게 키운 소 팔아 큰아이 저 멀리 도시로 학교 보내고 작은아이 책가방 사주고….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낙들의 꿈은 석양처럼 붉게 익어간다.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해발 2000미터 높이의 카슈미르. 100개가 넘는 호수가 곳곳에 펼쳐져 있고 사계절 눈 쌓인 산을 보고 지내는 그곳 사람들은 한 가지 꿈을 꾼다. 저 석양 너머 먼 세계 구경하는 것. 마음만 그렇지 농사일 제치고 마을 떠날 일이 있으랴. 잠시 산 너머 하늘 바라보며 지친 몸을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