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계에서 회자되는 '전설적' 생존 인물이 몇 명 있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 경제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력자들이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세계 경제가 요동치기도 했던 앨런 그린스펀,글로벌 금융제국 씨티그룹을 만들어 낸 샌디 웨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세계 경제에 꾸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씨티그룹 CEO였던 샌디 웨일의 경우 작은 증권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출발해 2006년 말 기준 자산 1조8800억달러,매출액 896억달러,당기순익 215억달러를 기록하며 100개국 이상에서 은행·보험·증권·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금융기업 씨티그룹을 만들어 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오늘날 씨티그룹의 위상은 샌디 웨일이라는 한 개인의 집념과 열정으로 빚어진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샌디 웨일은 변화를 주도하며 규제 일변도인 업계의 관행을 쇄신하기도 했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엄격한 규제 제도에 뒤이어 불황이 덮쳤다"고 지적하고 "1982년에서 2000년 사이 미국 역사상 최대 호황 증시가 펼쳐지면서 기업의 윤리가 해이해졌고 그것이 규제와 단속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호황 증시의 행태를 엄격하게 규제해 기업의 규율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업 경영의 묘를 살린 그의 인생 이야기는 현대 금융 역사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씨티그룹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제3자 입장에서 경영 측면에만 초점을 맞췄으므로 샌디 웨일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경영철학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

이러한 점에서 '리얼 딜'(샌디 웨일 외 지음,이주형 옮김,북@북스)은 샌디 웨일의 사업과 개인적인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유일한 책이다.

세계 금융계에 한 획을 그은 걸출한 경영자의 지혜를 배우려면 회사 경영방식뿐만 아니라 경영자 개인의 참 모습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성공과 실수로 점철된 샌디 웨일의 인생 역경과 성격적 장점 및 결함,오늘의 그를 있게 한 수많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보스는 항상 타인을 이해시킬 수는 없다'고 샌디 웨일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뤄낸 업적은 타인들에게 그의 능력과 고뇌를 이해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

리더십과 관련해 그는 "훌륭한 직감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으며,다른 사람들을 따라오게 만드는 역량과 결합될 때 비로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리더십은 그가 이뤄낸 수많은 금융기관의 성공적인 인수합병 과정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리얼 딜'은 샌디 웨일이 처음으로 밝히는 자신의 '성공 스토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628쪽,2만4000원.

김근우 경희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