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씨의 증오에 찬 동영상을 처음 공개한 미국 NBC 방송이 관련 동영상 방송 분량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분노와 증오 일색인 조씨의 일방적 주장을 반복해 방영할 경우 모방 범죄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는 시청자들의 빗발친 항의 때문이다.

NBC는 19일(현지시간) 오전 뉴스부터 아직 공개하지 않은 동영상은 물론 이미 방송한 동영상에 대해서도 뉴스 방송시간의 10% 이내로 분량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NBC 관계자는 "실제 방송하는 비중은 10%를 훨씬 밑돌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캐퍼스 NBC 사장은 그러나 "조씨의 동영상은 날마다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정보가 아니었다"며 조씨의 동영상 공개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NBC로부터 동영상을 입수해 반복적으로 내보내던 다른 주요 미국 방송사들도 비난 여론을 의식해 조씨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ABC는 동영상 가운데 일부만 발췌해 사용하고 조씨의 목소리는 모두 묵음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CBS 대변인은 "뉴스 보도시 필요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영상과 사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사용 기준을 엄격히 규정해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 범죄심리학자인 마이클 웰너는 "동영상 방영은 또 다른 사회적 재앙"이라며 "방송사들은 동영상 방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