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재계가 위기론을 부추기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에 대해 재계와 정부가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한 경제 전문가가 한국 경제의 '4대 샌드위치론'을 들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오노 히사시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지점장은 20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샌드위치 한국 경제 진단과 해법' 세미나에서 "한국은 △기술장벽 △이익장벽 △시장지배 △첨단산업 등 4대 샌드위치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 기술장벽 : 위에는 처지고 아래선 추격

오노 지점장은 한국의 자동차 및 부품소재 업체들을 예로 들며 "한국은 상위기업의 기술력은 따라잡지 못하고 하위기업의 가격경쟁력에 추격당하는 기술장벽 샌드위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기술 차별화 전략으로 특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예컨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경유 등 친환경 기술 개발로 한국 자동차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고 오노 지점장은 설명했다.

또 "필름 산업의 쇠퇴로 위기에 처했던 캐논은 센서기술,화상기술 등 특화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의료관련 사업,로봇 사업 등으로 다각화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 이익장벽 : 시장점유율 높여도 이익 줄어

이익장벽 샌드위치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전체의 가격 하락으로 이익구조가 줄어드는 형태다.

LCD PDP 등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과 조선 산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노 지점장은 이에 대해 '선택과 집중' '수익원 이동' 등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일본 샤프는 LCD 사업에만 경영자원을 집중해 강력한 브랜드를 형성,수급상황에 따른 변동성을 최소화했다.

그는 또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조선업체들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여객선으로 수익원을 바꾼 것도 좋은 벤치마킹 사례"라고 말했다.



# 시장지배 : 투자없이는 경쟁력 유지 못해

시장지배 샌드위치는 한국의 철강산업과 제약업이 놓여 있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데 충분한 규모를 갖춰놓지 못했다는 지적.

오노 지점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이 필요하다"며 "세계 1위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를 인수한 인도의 미탈 스틸,워너 랜버드사를 인수해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회사로 성장한 미국 화이자 등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 첨단산업 : 자산ㆍ브랜드부족 하청 머물러

오노 지점장은 "한국의 IT산업,소프트웨어산업,서비스업의 경우 하청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첨단산업 샌드위치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축적된 지적 자산,브랜드파워,사업개발력이 부족한 것이 주요인이다.

그는 "아이팟(MP3 플레이어)과 아이튠스(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미국 애플,서비스를 무료화해 검색 엔진의 플랫폼화를 실현한 미국 구글 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