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합쳐져 건조되고 있는 한국 해군의 7000t급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KDX-III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KDX-III에 대한 애착도 더 깊어갑니다."

미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에서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인 KDX-III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데이비드 루타 이사(53).

한국전이 끝난 1953년 한국인 어머니와 한국전 참전 해군 장교였던 미국인 아버지 존 루타(1980년 작고) 사이에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4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미국 땅을 밟았다.

당시 폐렴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던 루타 이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972년 미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했다.

해군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록히드마틴에 입사,1990∼1998년 사이 일본 이지스함 건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루타 이사는 1998년부터 한국의 KDX-III 프로그램 매니저로 발령이 났다.

"2008년 말 실전 배치되는 KDX-III는 한국의 해군 전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국의 국익 향상에 작은 힘을 보탠다는 자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루타 이사가 모국 사랑에 푹 빠진 것은 한국인 부인 조병순씨의 덕이 컸다.

1989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 골동품 가게 여주인의 중매로 조씨를 만나 결혼에 골인한 그는 15살 딸과 10살 아들을 두고 있다.

부인이 만들어주는 감자탕 순대 등 전통 한국음식을 즐겨 먹고 '장보고' '풀하우스' 등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지기도 했다.

KDX-III 1번 함은 현대중공업이 만든 선체에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하고 5월 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워싱턴=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