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률 제정에 의원들이 적극 나서야 합니다."

포스코 설립자인 박태준 명예회장이 포스코의 적대적 M&A 위기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박 명예회장은 20일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이른바 '한국판 엑슨-플로리오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끝난 뒤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포스코가 외국인에게 적대적 M&A를 당했을 때 국가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자명하다"며 "포스코의 외국인 투자 지분이 60~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선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M&A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법 제정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는 대부분 자국의 철강산업을 적대적 M&A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기제를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무방비 상태"라며 "포스코를 지키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정부와 잘 협의해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명예회장이 국회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M&A에 대한 위기감을 표출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의원은 "박 명예회장에게 '의원들은 법안의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이지만 기업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반대 의사를 표시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8일 청암상 시상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세상에 'M&A하겠다'고 말하고 M&A하는 사람이 있나요"라며 아르셀로-미탈의 기습적 M&A에 대한 경계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아르셀로-미탈이 언론을 상대로 '포스코를 M&A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었다.

포스코의 고위 관계자도 지난달 15일 본지 기자에게 "포스코에 대한 아르셀로-미탈의 적대적 M&A 위협론은 실제 상황"이라며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몰라 다각적인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