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위기론을 설파한 재벌 총수들이 22일 아시아 금융위기 10년 만에 또 다시 고조되고 있는 제2의 경제위기론 돌파를 위해 속속 중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유럽 순방을 마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으며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도 이 회장의 중국 방문 일정에 맞춰 베이징으로 총집결했다.

또 최태원 SK 회장도 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 윤송이 상무 등과 함께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시장 개척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재벌 총수들의 이번 중국 방문은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시장개방을 단행했으나 또 다시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 경제위기론은 우리가 파격적인 대우를 하며 유치한 미국 인텔과 내셔널세미컨덕터사 연구개발(R&D)센터가 각각 4월과 5월 한국에서 철수, 중국에 대규모 R&D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고조되고 있다.

과거 1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역할을 해온 IT산업마저 경쟁력을 잃고 기업의 투자의욕이 사라지는 등 경제 전체가 활기를 잃어가는 반면 중국은 경제성장률은 물론 기술력 측면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이번에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 재벌 회장들은 최근 '샌드위치 위기론'이나 한국 제조업의 추진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등의 경제위기론을 동시에 설파했던 총수들이라는 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중국에서 그룹의 진로를 가다듬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지원활동을 펴는 한편 2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공식 스폰서'를 2016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다.

이 회장이 이번에 코카 콜라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최장기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삼성이 몇년 안에 사라질 그룹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떨치는 세계적인 기업임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서 벌려놓은 것은 많지만 성과를 얻지 못해 '외화내빈'으로 알려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함께 이번 보아오포럼 다이아몬드 스폰서로 나서며 중국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최 회장은 보아오포럼 이사 자격으로 중국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중국 최대 에너지기업인 시노펙의 왕톈푸(王天普) 총재 등과 만나 대중국 사업 강화를 위한 발판을 닦았다.

이밖에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장도 23일부터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하는 스포츠 어코드 행사에 참석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했다.

(보아오<중국>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