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KTF 사장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최근 3세대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을 제치고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난공불락이었던 SK텔레콤의 아성에 균열을 내면서 '만년 2위' 꼬리표를 떼낼 계기를 마련했다.

조 사장은 "아직 초반 레이스에 불과하다"면서도 "3세대 시장에서만큼은 1위를 하겠다"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코리아 IT쇼' 개막일인 지난 19일 조 사장을 만나 국내 IT 전시회와 이동통신 산업의 비전에 관해 얘기를 들었다.

-'코리아 IT쇼'를 둘러보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평일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려 깜짝 놀랐습니다.

첨단 기술과 서비스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의 알짜 전시장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즈니스 상담도 활발하게 열리고 무엇보다 관람객들이 직접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 호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KTF가 전시회에 이번처럼 대규모로 참여한 것은 처음인데요.

"해외에서도 통신사업자가 전시회에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삼성 LG 노키아 등의 제품을 통해 첨단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KTF는 세계 최초로 3세대 이동통신 '쇼(SHOW)'의 전국 서비스를 통해 '보고 느끼고 즐기는' 영상통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각종 영상 서비스와 빠른 속도의 무선인터넷 등 달라진 서비스를 많은 분께 소개할 필요가 있었어요."

-'코리아 IT쇼'는 5개 전시회를 묶은 최초의 통합 전시회입니다.

국내 IT 전시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마디 해주십시오.


"해외 유명 전시회와 규모만 다를 뿐 참가한 기업과 제품 등 질적인 면에서는 세계 톱 수준입니다.

전시회 진행도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동안 이런 저런 비슷한 전시회가 많아 기업에 부담이 됐는데 하나로 통합한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코리아 IT쇼가 세계적인 전시회로 발전하려면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면 안됩니다.

각종 세미나와 함께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장이 열려야 합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는 전시장 주변 호텔에서 한 시간 단위로 계속 미팅이 이뤄졌어요.

한국에는 삼성 LG 등 걸출한 회사도 있고 뛰어난 중소 벤처기업도 많습니다.

전시회를 구심점으로 각종 비즈니스가 이뤄진다면 기업들이 앞다퉈 참여하려고 할 겁니다."

-KTF의 쇼(SHOW) 가입자가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초반 성과가 좋은데요.

"이제 고객과 시장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야구경기에서 1번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간 정도죠.이제 번트나 히트앤드런 등 여러 작전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새로운 통신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통화 품질과 함께 다양한 단말기가 원활하게 공급돼야 합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도 중요하죠.KTF는 한 발 앞서 전국망을 구축한 데다 최적화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져 통화 품질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3월 초에는 단말기 수급이 잘 안돼 고생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면서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무혈입성'이라고 말합니다.

SK텔레콤이 3세대 시장에 아직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거죠.


"기존 2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은 800㎒ 주파수를 독점해 왔습니다.

이 같은 불공정 경쟁을 통해 SK텔레콤이 1등을 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KTF가 열심히 해서 1등을 한 것은 무혈입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동통신 시장을 보면 대학생과 중학생의 싸움입니다.

중학생이 발버둥쳐도 대학생의 힘을 당해낼 수 없어요.

마라톤으로 치면 수십 km 앞에서 출발한 것이나 다름없죠.3세대 시장은 같은 출발점에서 동일한 주파수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골프게임과 비슷한 거죠.키나 덩치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플레이로 경쟁하는 것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SK텔레콤이 전용 휴대폰을 내놓는 등 공세가 만만찮을 텐데요.

"경쟁사가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대리점망이나 자금력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KTF는 통화 품질과 단말기 라인업에서 유리한 상황입니다.

이달 중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을 지원하는 단말기와 저가 실속형 단말기를 추가로 선보이는 등 상반기에 10종의 전용 단말기를 갖추게 됩니다.

고객의 이용 특성을 고려한 요금제와 차별화된 서비스도 내놓을 겁니다.

정정당당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지만 3세대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설적인 협력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3세대 이동통신에서 영상통화 말고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직은 많은 고객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정도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달라질 겁니다.

오늘 낮 올림픽대로에서 사고가 발생해 길이 막혔는데 휴대폰으로 실시간 교통상황을 체크한 뒤 우회해 시간을 맞출 수 있었어요.

또 휴대폰으로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가 거동하시거나 마루에서 식사하시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2세대에서는 속도가 느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습니다.

좁은 골목에 화물차가 다니는 식이었죠.지금은 고속도로처럼 넓어져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를 해외 진출 원년으로 정했다던데 글로벌 사업 비전을 말씀해주십시오.

"보다폰 등 유럽 이동통신사는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1% 미만이에요.

구호만 외쳤지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엔터테인먼트와 각종 컨버전스 서비스에서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외국 사업자들이 앞다퉈 벤치마킹할 정도입니다.

이런 것들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곳에 통신사업자로 직접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좋은 솔루션과 서비스를 갖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올해 안에 글로벌 사업 성과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GSM협회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등 해외 사업자와 협력도 활발하게 추진하시던데.

"지난해 일본 NTT도코모 등 아시아·태평양 9개국 8개 통신사업자와 연합해 '커넥서스'라는 이동통신연합체를 구성했습니다.

커넥서스 회원사끼리는 다른 곳보다 싸게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KTF 고객이 일본에 가서 NTT도코모 서비스를 통해 로밍하면 다른 사업자보다 싼 요금을 받는 것입니다.

앞으로 그런 협력을 강화할 겁니다.

커넥서스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콘텐츠제공업자(CP)들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KTF가 해외 사업자들과 콘텐츠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글=양준영/사진=김정욱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