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 자유기업원 사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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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제대학원에는 올봄 33기 신입생으로 함께 입학한 이색 커플이 있다.
내년 결혼 예정인 최종환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 간사(29)와 곽은경 자유기업원 홍보팀 사원(26)이 그 주인공.서로 앙숙인 노동단체와 기업단체란 인연도 신기한데,맡은 일도 똑같이 홍보업무다.
그래서 한국노총과 자유기업원에선 두 사람을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난 양 신기해한다.
직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은 "매일 싸우지 않느냐?""결혼해서 2세를 낳으면 무슨 이념으로 키울 거냐?"…. 벌써부터 결혼식장은 노총 웨딩홀로 잡고,주례는 자유기업원에서 맡아야 공평하다는 '압력'도 듣고 있다.
"경제대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토론하게 됐는데 논쟁이 지나치다 못해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최종환)
"둘 다 직장에서 보도자료도 쓰고 홈페이지에 올릴 글도 쓰는데 같은 날 FTA나 비정규직 문제 등 같은 주제로 서로 반대되는 글을 쓴 적이 많아요."(곽은경)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선후배(최종환 98학번,곽은경 00학번)인 이들은 학과 소식지를 편집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군대 갔다온 복학생이 친구도 없이 불쌍해 보여 술친구 해주다 눈이 맞았어요^^."(곽은경)
"편집부 모임에서 친해졌는데,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남아있던 기특한 후배였습니다."(최종환)
서강대 경제대학원을 선택한 데 대해 곽은경씨는 "자유기업원에서 자유주의,시장경제를 접하면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종환씨는 "본래 관심사가 사회시민운동이어서 비정부기구(NGO)대학원을 생각했는데 주위 조언을 듣고 경제대학원으로 틀었다"고 한다.
이들을 면접한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은 "한때 영호남 커플이 화제였는데 요즘 같은 때 '좌우' 커플을 보게 돼 아주 신기했다"며 "한 사람이 공부 안 하면 둘 다 낙제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귀띔했다.
곽은경씨는 경제대학원 33기 원우회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를 맡았다.
이들은 경제대학원에선 공인된 커플이라 이점도 있지만 곤란한 점도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장점은 "집에 갈 때 심심하지 않다는 것,무거운 책도 들어준다는 것,리포트나 시험 준비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반면 다툰 뒤에도 웃는 모습으로 출석해야 하고,다른 원우들과 친해질 기회가 적어 처음엔 '왕따'될까봐 고민도 했단다.
젊은 세대답게 상대방의 장단점도 솔직하게 꼬집는다.
"어떤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아 많이 의지가 됩니다. 하지만 최씨 고집 어디 가나요?"(곽은경)
"똑똑하고 현명해 앞으로도 말 잘 들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성격이 좀 까칠합니다. 본인은 할 말 하고 사는 거라지만 솔직히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최종환)
상반된 조직에 몸담아 다투기도 많이 했지만 이젠 상대방 이야기를 좀더 들어주는 쪽으로 바뀌는 것을 느낀단다.
그래서인지 웃는 모습이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꼼꼼하지만 당찬 곽은경씨와 너그럽지만 세심한 최종환씨,"2세를 낳으면 대학원 다니면서 생각을 모아 통합된 이념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글=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
내년 결혼 예정인 최종환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 간사(29)와 곽은경 자유기업원 홍보팀 사원(26)이 그 주인공.서로 앙숙인 노동단체와 기업단체란 인연도 신기한데,맡은 일도 똑같이 홍보업무다.
그래서 한국노총과 자유기업원에선 두 사람을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난 양 신기해한다.
직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은 "매일 싸우지 않느냐?""결혼해서 2세를 낳으면 무슨 이념으로 키울 거냐?"…. 벌써부터 결혼식장은 노총 웨딩홀로 잡고,주례는 자유기업원에서 맡아야 공평하다는 '압력'도 듣고 있다.
"경제대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토론하게 됐는데 논쟁이 지나치다 못해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최종환)
"둘 다 직장에서 보도자료도 쓰고 홈페이지에 올릴 글도 쓰는데 같은 날 FTA나 비정규직 문제 등 같은 주제로 서로 반대되는 글을 쓴 적이 많아요."(곽은경)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선후배(최종환 98학번,곽은경 00학번)인 이들은 학과 소식지를 편집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군대 갔다온 복학생이 친구도 없이 불쌍해 보여 술친구 해주다 눈이 맞았어요^^."(곽은경)
"편집부 모임에서 친해졌는데,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남아있던 기특한 후배였습니다."(최종환)
서강대 경제대학원을 선택한 데 대해 곽은경씨는 "자유기업원에서 자유주의,시장경제를 접하면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종환씨는 "본래 관심사가 사회시민운동이어서 비정부기구(NGO)대학원을 생각했는데 주위 조언을 듣고 경제대학원으로 틀었다"고 한다.
이들을 면접한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은 "한때 영호남 커플이 화제였는데 요즘 같은 때 '좌우' 커플을 보게 돼 아주 신기했다"며 "한 사람이 공부 안 하면 둘 다 낙제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귀띔했다.
곽은경씨는 경제대학원 33기 원우회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를 맡았다.
이들은 경제대학원에선 공인된 커플이라 이점도 있지만 곤란한 점도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장점은 "집에 갈 때 심심하지 않다는 것,무거운 책도 들어준다는 것,리포트나 시험 준비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반면 다툰 뒤에도 웃는 모습으로 출석해야 하고,다른 원우들과 친해질 기회가 적어 처음엔 '왕따'될까봐 고민도 했단다.
젊은 세대답게 상대방의 장단점도 솔직하게 꼬집는다.
"어떤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아 많이 의지가 됩니다. 하지만 최씨 고집 어디 가나요?"(곽은경)
"똑똑하고 현명해 앞으로도 말 잘 들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성격이 좀 까칠합니다. 본인은 할 말 하고 사는 거라지만 솔직히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최종환)
상반된 조직에 몸담아 다투기도 많이 했지만 이젠 상대방 이야기를 좀더 들어주는 쪽으로 바뀌는 것을 느낀단다.
그래서인지 웃는 모습이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꼼꼼하지만 당찬 곽은경씨와 너그럽지만 세심한 최종환씨,"2세를 낳으면 대학원 다니면서 생각을 모아 통합된 이념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글=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