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마케팅팀은 최근 작지만 의미있는 '개가'를 올렸다.

내년 2월 열리는 제80회 아카데미 영화제 참석 티켓 두 장을 확보한 것.연간 3000만원어치 이상 구매하는 '쟈스민' 회원들 중에서 선정된 '최고 VIP'에게 특별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돈만 있다고 참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고객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정지영 현대백화점 마케팅 팀장)

'대한민국 상위 0.1%'로 불리는 백화점의 초특급 VIP들은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떤 대접을 받을까.

전국에 1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현대백화점 '쟈스민'제도를 보면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쟈스민' 회원은 자영업자가 전체의 65%로 압도적으로 많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25%,대기업 임직원 15%,공무원 5% 등의 순이다.


◆쟈스민 회원은 미술품 시장'큰손'

'쟈스민'을 포함해 백화점 초특급 VIP들이 받는 혜택은 날이 갈수록 고급스럽고 다양해지고 있다.

정지영 팀장은 "몇 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여행,매년 봄·가을 진행되는 국내 열차여행,무료 법률·조세상담,집안에 걸 미술품에 대한 컨설팅 등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 CRM팀의 최민도 부장은 "본점(명품관) 개관과 함께 출범한 트리니티클럽 회원들에겐 문화공연 초대,국내 최고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즐길 수 있는 식도락 기행,골프·와인 클래스,나이트 요트 파티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트리니티클럽 멤버십 자격요건조차 비밀에 부칠 정도로 VIP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백화점 VIP 고객의 '파워'는 백화점이 이들에게 주기 위해 사들이는 미술품 숫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미술 작품 매수 건수는 첫해인 2004년 190점에서 2005년 640점,지난해엔 1030점으로 2년 새 5배가량 급증했다.

유선규 갤러리아백화점 홍보팀 차장은 "연간 1500만원 이상 구매하는 VIP 고객은 전체의 10%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쓰는 돈은 전체 매출의 50%에 이른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은행,증권,골프 리조트,수입 자동차,병원,갤러리 등 각 부문마다 전문 업체와 공조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손 20%는 'VVIP 회원 사절'

특별한 대우를 받는 만큼 이들만의 커뮤니티 문화도 발달돼 있다.

'쟈스민' 회원들은 LP동호회·식객동호회·영화동호회·동안클럽·리빙스타일클럽 등 각종 모임으로 씨줄날줄처럼 얽혀 있어 '쟈스민 회원이 아니면 강남 생활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쟈스민 회원의 연령별 구성을 보면 50대가 34%로 가장 많고 이 밖에 △40대 32% △60대 이상 19% △30대 14% △20대 1% 등의 순이다.

양병욱 현대백화점 차장은 "가족 카드나 남편 카드를 쓰는 경우가 많아 정확히 구분하긴 어렵지만 쟈스민 회원의 90% 이상이 여자"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 H사의 한 임원은 "독립 매장에선 '윈도 쇼핑(window shopping)'만 하고 실제 구매는 현대백화점 입점 매장에서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며 "이유를 들어 보면 '쟈스민'에 가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VIP 회원이 되기를 꺼려하는 고객도 꽤 된다.

양 차장은 "쟈스민 회원에 선정됐다는 통지서를 받은 고객의 참여율은 80%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원래 쟈스민 회원 가입 대상의 45%가량이 대기업 임직원이나 공무원,전문직 종사자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드러나기를 꺼린다"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