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도 없는 소형 증권사인 KGI증권(옛 조흥증권) 인수전에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대형 은행뿐 아니라 유진기업 등 중견기업,사모투자회사(PEF) 등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KGI증권은 23일 이들 후보 가운데 1차 우선인수 협상자 3~4곳을 복수로 선정한 뒤 추가로 제안서를 받아 최종 인수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KGI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22일 "은행권에서는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은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부산은행이 KGI증권 인수를 위해 의향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과 부산은행은 최근 잇따라 중·소형 증권사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는 지난해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기업이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PEF도 2~3곳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PEF의 경우 솔로몬저축은행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PEF와 외국계 증권사 출신 유명 인사 등이 공동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해 설립한 PEF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증권사 가운데서는 동부증권이 유일하게 인수전에 참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 컨소시엄 PEF가 인수 가격으로 2000억원 안팎을 제시해 인수협상 대상자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KGI증권 자기자본은 장부가 기준으로 1710억원에 달하고 있지만 시가 평가할 경우 2000억원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증권선물거래소 지분 2.92%의 가치(300억원대로 추정)까지 포함할 경우 더 불어난다.
소규모 증권사 인수전에 이처럼 쟁쟁한 후보군들이 대거 뛰어든 이유는 KGI증권 자체의 매력보다는 증권업 진출의 발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히 일반 기업들로선 향후 자본시장 확대에 대비해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할 목적으로 인수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GI증권은 2000년 대만의 쿠스(KOOS) 그룹이 조흥증권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증권사로 2004년 영업점을 모두 폐쇄해 지금은 채권 및 법인영업,수익증권 판매만 하고 있다.
자기자본도 1700억원 수준으로 40개 국내 증권사 가운데 맨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점도 없는 소형 증권사를 놓고 국내 업체들 간 과당 경쟁이 벌어져 결과적으로 인수 비용만 높이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KGI증권 대주주인 쿠스 그룹이 1차 우선협상자를 복수로 선정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공개 입찰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은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한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KGI증권은 대주주의 보유 지분 51%를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키로 하고 지난 12일 1차 의향서를 접수했다.
정종태/김태완 기자 jtchung@hankyung.com